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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숙청의 교훈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04.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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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절 구 소련에는 내무인민위원회(NKVD)라는 조직이 있었다. 내무부, 정보기관, 경찰을 통합한 일종의 정치경찰로, 지금까지도 악명 높은 대숙청을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수장이었던 니콜라이 예조프는 “한 명의 스파이를 놓치는 것보다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고초를 겪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기관의 태도를 보면, 예조프의 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블록체인 NFT 기반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직권취소가 마치 전격전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들도 할 말은 있다. 사행성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부작용은 막으면서도 신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상적인 태도일 것이다. 

실제로 문체부에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 벌써 지난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비판했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세 등 상당한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진흥책을 함께 마련했다는 것이다.

앞의 NKVD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대숙청의 여파는 무시무시했다. 본래 소련은 스페인 내전과 할힌골 전투 등 다양한 실전 경험을 토대로 현대화된 전투 교리를 확립했지만, 대숙청으로 인해 이를 입안한 유능한 장교들이 대거 쓸려나가면서 교리 자체가 1차대전 수준으로 후퇴해 버렸다. 결국 독소전 초기 무기력하게 밀리며 총 2,000만 명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는 등 무능의 대가를 피로 치뤄야만 했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기술 경쟁은 전격전 이상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중이다. 기술 경쟁은 전쟁과 달리 피로 대신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에, 한 번 도태되면 주도권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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