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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게임 화두, ‘MMO 강국’ K-게임 새 영토 열린다

세계 최상급 제작 및 참여역량 보유 ‘강점’ … 규제 개선·커뮤니티 친화도가 성공 포인트

  • 변동휘 기자 ngr@khplus.kr
  • 입력 2021.10.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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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808호 기사]

최근 ‘엑시 인피니티’의 성공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탈중앙화 게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NFT(대체불가 토큰)와 유틸리티 토큰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해 탈중앙화된 구조를 이루는 것이 핵심으로, 게임사와 이용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수의 이용자가 담보돼야 하는 탈중앙화 게임의 특성상 MMO(대규모 다중접속) 게임에 가장 적합한 구조인데, 한국은 해당 장르에서 세계 최고의 제작 및 참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게임사들의 가장 큰 고민인 개발자금 확보와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유리하다는 부분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미르4’ 글로벌의 흥행세에 따라 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탈중앙화 게임 개발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들도 있는 형국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확률형 아이템 등 서비스 관련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 친화적인 운영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탈중앙화 게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NFT의 태동과 함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엑시 인피니티’가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이같은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흐름이다.

‘글로벌 붐’ 왔다
‘엑시 인피니티’의 흥행은 탈중앙화 게임을 주류 게임 시장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게임의 개발사 스카이마비스가 최근 1억 5,200만 달러(한화 약 1,808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은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 5,694억 원)에 달한다. 이는 10월 15일 장중 4조 1,638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 국내 게임주 시총 6위에 올라있는 위메이드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 게임의 성공은 또 다른 대체재들의 호황까지도 이끌었다. 국내 프로젝트인 플라네타리움(나인코퍼레이션)의 ‘나인 크로니클’도 그 수혜주 중 하나로, 현재까지 이 게임은 3만 여 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8만여 명의 가입 대기자가 발생했고, 골드 거래량도 9월 기준 3,000억 원 규모로 폭증했다.
 

▲ ‘엑시 인피니티’의 흥행으로 인해 탈중앙화 게임 프로젝트들의 밸류 에이션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위메이드가 지난 8월 26일 출시한 ‘미르4’의 성과로 다시 한 번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 10월 14일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 8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2005년 기네스북에 오른 ‘미르의 전설2’의 기록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같은 흥행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기술에 대한 높은 수용도로 촉발된 ‘플레이 투 언(Earn)’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지목되고 있다. 이는 소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큰 메리트로 다가오는데, 실제로 동남아에서는 탈중앙화 게임을 통해 한 달 월급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일반적인 게임은 무과금 유저가 많을수록 매출에 타격이 오는 구조이나, 탈중앙화 게임의 경제구조에서는 이들 역시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원으로 기능하기에 게임사와 유저 모두가 윈-윈하는 구도가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종 게임사 ‘기회의 땅’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탈중앙화 시장에 대해 빠르게 대응한다면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규모나 제작역량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시장이며, 블록체인 기술 접목 시 그 잠재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제작 측면에서 한국은 MMO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다. 2000년대 초반 ‘미르의 전설2’는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으며 ‘원조 한류게임’이 됐고, 이후 ‘테라’, ‘블레이드 & 소울’, ‘아키에이지’ 등 대작 MMORPG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MMO 게임을 잘 만드는 제작 강국이라는 위상을 차지했다. 이는 거대한 커뮤니티 확보를 통해 토큰 이코노미를 활성화시키는데 집중하는 탈중앙화 게임의 특성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블록체인의 글로벌성에 힘입어, 탈중앙화 게임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확정된다. 이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 블록체인의 글로벌성에 힘입어, 탈중앙화 게임의 무대는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확정된다. 이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탈중앙화 게임과 잘 어울리는 요소다. 국내 이용자들은 가장 열정적인 게이머로 정평이 나있으며,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이 세계 최초로 자리잡은 곳이 바로 한국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은 탈중앙화 게임의 특성 중 하나인 ‘커뮤니티 주도적 개발’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개발과정부터 이용자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게임에 반영하고 이에 따른 보상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 만족도를 높이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들과 탈중앙화 게임 제작기술이 결합된다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나인코퍼레이션 김재석 대표는 “한국은 제작사도 사용자도 모두 선도적인 가상세계 참여자이며,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게임을 만드는 기술이 결합되면 가장 매력적인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르4’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탈중앙화 게임 개발은 글로벌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태생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하며, 최근 해외 시장에서는 NFT 등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져 다방면의 관련 프로젝트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미르4’ 역시 I·P(지식재산권)의 파워는 중화권으로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었으나, 블록체인 기술 탑재에 힘입어 글로벌 전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남은 숙제들
다만 탈중앙화 게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숙제들도 있다. 일차적으로는 국내 출시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쟁점으로는 거래가 꼽히는데, 관련업계에서는 게임위가 너무 넓은 범위에 걸쳐 이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커뮤니티 주도형 게임에서는 콘텐츠 기여자와 게임 플레이어의 경계가 모호한데, 이럴 경우 한국에서는 위법의 소지가 커지기 때문에 출시를 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한국에서의 출시가 불가능하기에, 커뮤니케이션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어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엑시 인피니티’의 사례를 들어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엑시 인피니티’ 흥행의 효과로 탈중앙화 게임 프로젝트들의 밸류에이션이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로 볼 수 없는 수준까지 폭증했음에도 국내에는 이같은 소식이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게임사들이야 관련 프로젝트와의 비즈니스 미팅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일반 유저들은 정보 수집을 사실상 외신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때문에 탈중앙화 게임 제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 개선을 통해 국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 탈중앙화 게임 제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진=게임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한국 게임사들의 운영 행태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제작 초기단계부터 커뮤니티와 함께 하기 때문에, 기존 게임들보다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만이 아니더라도, 국내 게임사들의 운영은 상위 1% 가량의 고액 결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성 게임과 달리 탈중앙화 게임에서는 모든 유저들이 토큰 기반의 경제시스템에서 유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에, 전체 이용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커뮤니티 친화적 운영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탈중앙화 게임 프로젝트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를 키우고, 커뮤니티와 함께 게임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에 의해 게임이 제작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것”이라며 “게이머 입장에서 참여하고 싶은 동인을 일으킬 수 있는 매력적인 비전을 갖추고, 게임의 초기 단계부터 참여를 유도해야 하며, 제작팀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도 오픈돼 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향게임스=변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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