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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온라인 게이머, 일본 무력 침공!

  • 심민관 기자 smk@kyunghyang.com
  • 입력 2006.09.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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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또다시 반일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8월 15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국을 대표하는 총리가 태평양 전쟁의 주범들과 당시 참전 병사들의 위패에 참배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에 해당된다. 과거의 만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화시키려는 고이즈미 총리.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 각국의 반대 성명에 이어 일본 내에서조차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왜 일본의 내정에 간섭하느냐’며 오히려 핏발을 곤두세우는 극우파의 대명사 고이즈미 총리. 그의 망발에 급기야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들고 일어섰다.

고이즈미 할복! 일본 패망!
광복 61주년을 3일 앞둔 지난 8월 12일. 중국 특공대(?)의 사이버 일본 침공이 시작됐다. 목표는 소닉앤트가 일본에 수출한 길거리 축구 온라인게임 ‘익스트림 사커’의 모든 서버. 중국 유저들로 인해 일본 서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40여명의 돌격대로 구성된 중국 특공대는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참아왔던 반일 감정을 터트렸다. 중국 유저들의 집단 행동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서버에 로그인한 일본 유저들과 마찰을 불러 일으키며 급기야 반일·반중 대립으로 격돌했다. 중국 유저들은 ‘고이즈미 할복! 일본 패망!’이라는 극에 달한 멘트를 서슴지 않으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질세라 일본 유저들도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당장 일본 서버에서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기실에서의 중·일전을 지켜보고 있던 한국유저들 역시 마침내 일본을 향해 칼을 꺼내들었다. 한 순간 ‘익스트림 사커’는 한국유저들의 가세에 아시아 3국의 온라인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한국 유저들마저 일본 유저들에게 ‘Japan Pig’, ‘Japan Dog’ 라며 무차별적인 비난을 쏟아내자, 일본 유저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욕설로 맞서기 시작했다. 문화적 특성상,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꺼려하는 일본인들도 결국 인내의 한계를 드러낸 것.

대기실에서의 삼국간의 감정 대립은, 자국 외 유저가 자신들의 팀에 들어오면 강퇴시키기를 반복했고, 결국 시합이 시작된 후의 양국간의 경기는 실제 한·일전, 중·일전 축구 대표팀 경기를 방불케 했다. 한 치도 양보 없는 태클과 주먹질(익스트림 사커는 길거리 축구를 컨셉으로 했기 때문에, 게임 상에서 격투 동작이 가능함)이 난무하는 과격한 플레이 양상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한쪽 국가가 승리하면, 상대편 국가 유저 전원을 강퇴시키기를 수차례. 이후에도 새로운 유저가 게임룸에 들어오면, 서로의 국가가 어딘지 확인하고 강퇴 시키기 바빴다. 예상보다 파장이 커지자 이를 보다 못한 소닉앤트의 관계자가 진화작업에 나섰다.

이들의 대립을 중재하기 위해 JP vs CN이라는 방을 만들고, 양국 유저들의 정당한 사커 대결을 유도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일본 대표팀이 중국에 5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중국유저들은 일제히 방에서 퇴장하며, 대기실에서 욕설 시위를 거듭했다. 이튿날인 8월 14일에는 홍콩과 대만의 유저들도, 중국 유저들의 대기실 시위에 참가하며 동포애를 과시했다. 일본 유저들도 ‘익스트림 사커’ 서버 내 중국과 한국 유저들의 시위와 관련해, 그들만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시시각각 속보를 전하며, 일본 유저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기피하는 일본 유저들은 자신들이 키워왔던 캐릭터를 방치한 채 하나 둘씩 게임을 떠나기 시작했다.

일본의 서비스 운영사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8월 17일 17시부로 해외I.P를 차단해 버렸다. ‘익스트림 사커’의 일본 서버에서 반일투쟁의 기치를 올렸던 국내의 한 유저는 “한국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엄청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이로 인해 수많은 한국국민들이 가족과 목숨을 잃어야 했음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극우파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 참가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발사인 소닉앤트 장상옥 대표는 “오프라인 스포츠 중에서도 국가 간 감정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축구 게임”이라며 “따라서 타국가 서버로의 접근을, 가능하면 사전에 막아두는 것이 필요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포츠 캐주얼 장르의 운영에 경험이 부족했던 현지 파트너사의 대응이 늦었던 것이 사태를 더욱 확산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각국의 50레벨 이상의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특별 계정을 부여하고 글로벌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배려해, 각 국가 간의 감정적인 대립을 순수한 스포츠 온라인게임의 경쟁으로 풀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반일 MMO ‘항전 온라인’ CBT시작
얼마 전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온라인게임이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보덕망락유한공사가 개발하고 있는 중·일 전쟁을 테마로 한 MMORPG ‘항전 온라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1937년부터 1945년에 걸쳐 일어났던 중일전쟁에 참전해, 일본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유저가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은 2차 전직을 포함해 총 37종류로 생산계열을 비롯해, 근접전 계열, 총기계열, 의료, 지뢰, 폭탄을 사용하는 특수계열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레벨에 의해서 캐릭터가 성장하고 무기에 따라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한 캐릭터 당 30종류 이상 스킬을 배울 수 있다.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서 부대 내의 자신의 계급이 올라가고 보다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게임 자체는 일반 MMORPG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중국의 항일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써, 공산주의청년단 중앙회가 협력했다. 이 게임을 개발한 보덕망락유한공사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발된 제 2차 세계대전을 테마로 한 게임을 상당수 접해보고, 중국인으로써 매우 비참했었다. 어떻게든 중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쟁의 실상을 게임으로 표현해 후대에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항전온라인’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가 이루어진 지난 8월 15일 중국에서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오는 10월 오픈 베타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인해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는 대만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한국의 퍼블리셔들도 접촉을 갖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가이악스의 오치 유이치 부장은 “정치는 정치일 뿐 게임과는 무관하다”며 “게임에서조차 반일감정을 드리우는 타국 유저들을 이해키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일본 유저들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에서까지 일본의 제국주의를 규탄하는 유저들과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일본 유저들의 시각. 그 사이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닌 유저들이 표출할 수 있는 감정의 매개체로 자리잡아 버렸다. ‘고이즈미 총리의 할복’과 ‘일본 패망’을 부르짖으며.

고이즈미 비난 게임 ‘봇물’
국내와 중국을 비롯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단행한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플래시게임 속에서도 수난을 겪고 있다. 반일감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해당 플래시 게임은 ‘고이즈미 부수기’, ‘고이즈미 가지고 놀기’, ‘고이즈미 멀리 차기’로 명명됐다. 이 게임들은 이번 신사참배 사태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고이즈미 부수기’는 과거 90년대 오락실을 풍미했던 ‘벽돌 깨기’의 변형 게임으로, 벽돌이 고이즈미 총리의 사진으로 바뀌어 있다. ‘고이즈미 가지고 놀기’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체를 유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플래시 게임으로, 굴욕의 상징인 엎드려 절하기, 무릎 꿇기 등 여러 가지 자세가 표현 가능하며, 원형 모양의 오브젝트를 활용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연출할 수 있다.

‘고이즈미 멀리 차기’는 고이즈미 얼굴이 들어간 물풍선을 최대한 멀리 차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다른 두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중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서도 반일감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한, 중, 일 삼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반일감정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고이즈미의 망언은 유희의 산물인 온라인 게임마저 폭발 직전의 노골적인 감정대립만이 가득한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다. 사이버상의 태평양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Side Story] 北, 반일감정에 합류

국내에서는 사실 이러한 반일감정이 이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두말하면 잔소리. 특히 한 민족인 북한에서도 이러한 반일감정이 표출된 온라인게임이 출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6월 홈페이지에 게임란을 신설했다. 그간 쌓아두었던 일본과 미국에 대한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이 게임은 두 나라의 국민을 도둑으로 묘사하고 있다. 게임명도 ‘도둑잡기’이다. 이 게임은 도적들이 주인공인 금동이네 집으로 들어오다가 집안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금동이는 빠져 나오려는 미국인과 일본인을 뚜껑을 사용해 막는 단순한 스토리이다. 과거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두더지 잡기’와 매우 흡사한 방식이다. 딱히 일본인과 미국인이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두 도둑들은 일장기와 성조기 문양의 모자를 쓰고 있어 어린아이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 단순히 게임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인 반일감정이 표출돼, 한때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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