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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리뷰] 대중적인 소울 향한 진화 ‘엘든 링’, 2% 아쉬움 남긴 ‘걸작’

  • 박건영 기자 gun424@khplus.kr
  • 입력 2022.03.04 13:32
  • 수정 2022.03.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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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소프트웨어의 오픈월드 액션 RPG 최신작 ‘엘든 링’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올해 1분기 최고 인기 타이틀로 거듭나고 있다. 게임이 출시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 총 90시간에 가까운 플레이타임 끝에 ‘엘든 링’의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
게임의 장대한 분량을 탐험하고, 마지막 결말을 지켜본 후 들었던 첫 감상은 매우 풍족한 여정이었으며, 또한 만족스러운 게임플레이였다는 점이다.
플레이 전반에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매력적이지만 강력한 난이도를 지닌 보스들을 향한 도전, 플레이에 다채로움을 더해준 수많은 발견과 탐험, 비선형적 전개의 완성도까지 프롬 소프트웨어가 추구했던 ‘소울류’의 확실한 진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금세기 최고의 게임 등 ‘엘든 링’은 완벽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일정 부분 아쉬움도 남는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 성과에서도 전작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의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엘든 링’, 게임의 전반을 살펴봤다.
 

※ 본 리뷰에는 게임의 스토리, 콘텐츠 등 이미지 스포일러 일부가 포함돼있습니다.

오픈월드 ‘소울’, 방대함과 밀도로 찾은 스타일의 진화
‘엘든 링’과 개발사의 전작인 ‘다크 소울’ 시리즈, ‘블러드본’, ‘세키로’ 등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오픈월드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전작들의 경우에도 숨겨진 보스, 선택 가능한 보스 등 게임을 정복하는 방식에 일정 자유도를 부여한 바 있지만, 결국 엔딩까지 향하기 위해서는 선형적 전개를 중심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엘든 링’ 역시 엔딩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던전, 보스 등은 존재하지만, 이들은 전체 등장 보스 몬스터의 약 10% 이하 분량에 불과하다. 그만큼 ‘엘든 링’은 비선형적 전개와 오픈월드 탐험에 큰 가치를 두고 있으며, 레벨 디자인 전반에서도 적극적인 탐험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단순히 메인 보스 라인만을 따라가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스토리와 엔딩 다수가 게임 내 곳곳에 숨겨진 것은 물론, 스토리 메인 보스들의 스펙 역시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선형적 플레이를 방지한다.
 

▲ 게임은 매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이미지상의 지도 외에도 지하 지역까지 풍족한 플레이타임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월드 탐험 유도에 있어 ‘엘든 링’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발견 가능한 비밀, 아이템, 보스 등의 배치가 지역별로 매우 방대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물론,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도 각 지역 탐험 시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 메인 보스 클리어 스펙이 갖춰지게끔 하는 완성도 높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기존 소울류 마니아층 외에도 소울류를 접하지 않았던, 일반적인 오픈월드 액션 RPG를 선호하는 이들에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 이러한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엘든 링’은 스팀 기준 최고 일일 동시 접속자 수 80만 명 이상을 기록,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사 대표 명작이라 꼽히는 ‘다크 소울3’와 ‘세키로’의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15만 명 이하에 그쳤다는 것을 비교하면 이들의 대중성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 방대한 오픈월드 탐험 요소는 게임 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 콘텐츠 등과 함께하며 그 밀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크기만 큰 오픈월드 구성이었다면 결코 가능치 못했던 성적표일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요소 역시 오픈월드 탐험에 대한 요소였다. 고난도 메인 보스를 마주쳐 마음이 꺾일 것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아 그럼 다른 지역 좀 더 탐험하면서 돌아다니다 다시 와야지’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소울류 특유의 고난도 보스를 향한 끝없는 도전과 정복 끝에 얻는 카타르시스를 유지하는 한편, 이를 단순히 막다른 길에 이용자들을 몰아넣는 형태가 아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울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로의 진화를 추구한 개발진의 고뇌가 느껴지는 요소였다.
 

▲ 게임 내에 숨겨진 보스들을 찾아 나서는 것 역시 이용자들이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여전한 불친절함과 고난이도, 하지만 매력적인 이유
‘엘든 링’이 오픈월드를 택하며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불친절한 정보 제공 방식과 매우 높은 난이도의 게임성이다.
우선, ‘엘든 링’ 내에는 아이템 제작, 영체, 거대한 룬, 영묘 등 새로운 시스템 및 요소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특히, 아이템 제작, 영체 등의 경우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설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엘든 링’은 이에 대한 설명을 게임 시작과 함께 제공하지 않는다. 게임 극 초반부 이들을 활용하기 위한 관련 아이템을 별도의 큰 힌트가 없이 찾아내야만 하며, 그제서야 시스템이 개방되는 식이다.
 

▲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들 조차 자칫 잘못할 경우 마주치지 못한채 초반부를 플레이할 수도 있다

게임 내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NPC들과 퀘스트의 존재에서도 불친절함은 유지된다. 모든 퀘스트는 적극적인 대화 혹은 특정 보스 처치 등 트리거 작용 등에 따라 전개가 시시각각 변화하며,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을 경우 특정 퀘스트의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NPC를 만나볼 수도 있는 형태다.
특히, 던전 구성 및 보스 몬스터 패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고난도의 연속은 게임 후반부로 향할수록 더욱 강렬한 형태로 이용자들을 압박한다. 숨겨진 보스들을 찾아 나서기 위한 일부 레거시 던전의 경우, 극도로 복잡한 길 찾기 난이도, 강력한 몬스터 배치 등으로 인해 수도 없이 패드를 집어던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 불친절한 이야기 진행, 보스 난이도 등은 여전하지만, 이를 깊게 파고드는 재미는 대폭 강화된 형태다

그럼에도 게임은 매력적이다. 특히, 전작 시리즈와 비교할 경우에도 발견과 승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은 유기적으로 짜여진 오픈월드와 스토리 전개의 연관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보다 확고해진 콘셉트 및 치밀한 설정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엘든 링’의 세계관 구축에 참여한 조지 R.R. 마틴의 설정들은 신비와 공포, 그리고 영광과 전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를 게임 내 스토리로 풀어낸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표현법은 그 매력을 극대화 시켰다. 방대한 필드 구성 및 레거시 던전 저마다의 압도적인 디자인은 그러한 이야기의 매력을 증폭시키고 있어, 더욱 많은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하도록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아울러 필드 개방을 위해 특정 보스들을 클리어하는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단순히 보스 몬스터 보상 아이템만이 아닌 새로운 탐험 지역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만족도는 극대화된다.
 

▲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한 탐험에 따르는 보상과 만족도 역시 매우 높은 편이다

대중성 열쇠 발견한 ‘엘든 링’, 밸런스 설계 아쉬움 남아
‘엘든 링’의 전반을 살펴본다면 게임은 분명 걸작, 명작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한 타이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게임플레이 시에도 엔딩까지 향하며 지루한 순간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소울류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기존의 인상을 강하게 부여하면서도 오픈월드 장르의 방대한 세상을 탐험한다는 새로운 감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만족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프롬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마니아층만이 클리어 가능한 게임이 아닌 대중적인 게임을 선보이고자 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추정 판매량, 이용자 수 등 그 결과 치는 현재로서는 ‘대성공’을 거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사진=스팀
▲ 분명 엘든 링은 다양한 신규 시스템, 변화 등을 통해 전작들이 일구지 못했던 '대중성'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게임에 대한 종합 평가를 내림에 있어 ‘엘든 링’을 대중성, 정체성을 함께 잡는 데 성공한 완벽한 게임이라 평하기에는 일부분 아쉬움이 남는 요소가 있다. 마법, 무기, 영체 등 일부 밸런싱에 대한 부분이다. 게임 내 곳곳에 숨겨진 강력한 무기들과 마법들의 밸런스 중 일부는 너무도 막강한 OP성을 띠는 성향이 짙다. 특히, 영체 중 주인공 캐릭터를 고스란히 복제하는 전설의 영체인 ‘화신의 물방울’이 대표적이다.
물론, 게임 내에 존재하는 보스들은 원거리 공격 및 마법 공격 등에 대비하는 패턴을 다수 장착하고 있다. 단순히 OP성 무기와 마법으로 달려들기에는 여전히 고난도를 자랑한다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신규 시스템인 영체와 OP성 무기 및 마법이 결합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그로를 영체에게 돌린 뒤 강력한 대미지를 매우 손쉽게 가할 수 있으며, 1회차 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보스들 전반은 패턴을 모두 보여주지도 못한 채 퇴장당하는 장면이 손쉽게 연출된다. 이중 정점에 달하는 ‘화신의 물방울’은 그러한 어그로 관리 외에도 주인공과 똑같은 장비 및 기술 사용, 물약 사용 등 2인 파티 플레이와도 같은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 이용자 선택의 문제지만, OP 무기와 OP 영체가 만날 경우 게임이 다른 장르로 변할 정도의 밸런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러한 밸런싱 요소가 프롬 소프트웨어가 대중성을 취하기 위해 의도한 결과물이라면 이는 분명 성공적이다. 실제로 그러한 밸런스 덕을 보며 게임을 매우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이용자들의 평가 또한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초심자와 숙련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분명 ‘명작 게임’의 요구 조건이다. 다만, 그러한 매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밸런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특정 장비, 마법 및 시스템을 통해 고난도 보스 몬스터를 일반 몬스터와도 같이 쓰러뜨릴 수 있다는 밸런싱은, 단순히 RPG 장르 특유의 노력을 통한 난관 돌파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해당 OP성 구성요소들을 게임 초중반부에도 입수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이는 프롬 소프트웨어가 현재의 명성을 쌓아 올리기까지 일궈온 게임성의 매력과 정반대의 길이라는 점에서 일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 게임의 이야기는 영웅적인 여정과 절망, 그리고 작은 희망이 공존하는 프롬 소프트웨어 특유의 표현 방식을 계승하고 있다

여전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은 이용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는 만큼, 해당 OP 밸런싱을 피해간다면 충분히 이전 시리즈의 게임성과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명작 타이틀을 즐길 수 있다. 직검/방패, 대검/특대검 등 전통적인 인기 세팅을 갖춰도 게임 클리어는 분명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밸런싱에 대한 평가는 단순 ‘실패’라고만 이야기하기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기자 또한 실력이 매우 뛰어나지 못해 레벨 140에 도달하고 나서야 엔딩을 보는 데 성공했다.
현재로서는 관련 밸런스 패치 소식은 전무한 상황이다. 만약 프롬 소프트웨어가 초보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유입을 위해 이러한 밸런싱을 선택한 것이라면, 어쩌면 이 또한 소울류의 새로운 변화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 게임의 엔딩에 이르기까지 만족도는 매우 높았으며, 여전히 찾아내지 못한 비밀을 찾기 위한 2주차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종합적으로 ‘엘든 링’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향후 출시될 기대작들이 산재한 지금 시점에서도 올해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 칭하기에 아쉬움이 없다는 평이다. 게임의 볼륨은 방대했으며, 전투는 즐거웠고, 도전은 충분한 스릴과 보상을 제공했다. 끝이 안 보이는 탐험은 패드를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지난 일주일간의 여정은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내내 게임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 시점은 없었다. 다만 일부 아쉬움이 남는 밸런스 부문에서는, 다음작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균형을 갖추기를 바래볼 따름이다.
 

[경향게임스=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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