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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국내 음식점에서 가상화폐로 직접 결제해 봤더니...

송금부터 이체 완료까지 4분 소요 … ‘최소 이체 가능 금액’은 걸림돌
중개업자 없는 거래 이용 부담 요소 … 불법적 사항 없으나 보호책도 부재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2.04.18 10:48
  • 수정 2022.04.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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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투자와 지불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가격 변동성과 관련한 증권적 특성이 부각 받지만 지불 수단으로의 기능도 존재한다. 
우리 실생활 속 지불 수단으로서 가상화폐 기능을 확인하고자 실제로 음식값을 계산해봤다. 장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경리단길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A였다. A 음식점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선정했으며 문의를 통해 결제 가능한 가상화폐 목록을 건네받았다. 
지난 4월 16일 방문했으며 가상화폐인 트론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했다. 트론은 식당이 허용한 지불 가능 가상화폐 중 하나였으며 이체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코인이었다.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도 체험하기 위한 시간도 2주 가량 가졌다. 해당 기간 기간 트론은 15.3% 하락했다. 음식점 방문 후 집계해본 결과 가상화폐 시세 변동성의 요인으로 인해 현금과 비교해 18% 더 높은 가격으로 결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shutterstock

이번 실험을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가상화폐 결제는 최소 이체금액 충족과 결제 가능 코인 확보 등에 있어 제한 사항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업체의 관점에선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대한 사용방법 교육과 최장 24시간의 블록체인 결제를 이체가 완료되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자산 오입금과 관련한 사항은 소비자와 업체가 모두 겪을 수 있는 우려점이었다.
법적인 측면에서는 현재까지 가상화폐를 통한 결제 자체가 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용과 관련한 보호책은 마련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제용 가상화폐 선택 과정
A 식당은 총 22종의 가상화폐 지불을 허용했다. 음식값 지불을 위한 가상화폐로는 중국 베이징 기반의 콘텐츠 제작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품인 트론을 선택했다. 
 

지난 4월 2일에 매수한 트론은 결제 시점까지 총 15.3% 하락했다(사진=경향게임스) 

트론을 통한 지불 수단 결정은 가상화폐 거래소 내 이체 가능 최소금액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가상화폐 거래소에는 코인을 전송할 시 일정 금액 이상을 보내야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다른 계좌에 자산을 송금 시 최소 0.001 비트코인 이상을 보내야 한다. 1 비트코인이 5천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4월 현재 해당 가상화폐의 이체 가능 최소금액은 5만 원에 상응한다. 
이체해야 할 금액이 5만 원을 넘을 경우 비트코인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결제 금액이 5만 원 이하일 경우 거스름돈을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트론을 결제용 가상화폐로 사용했다. 트론은 구매 당시 코인당 약 90원에 거래됐으며 최소 이체금액은 900원 수준의 10트론이었다.

시세 변동성에 따른 결제 대금 변화
트론을 지불 방법으로 확정 후 일정 기간 시장 참여 시간을 가졌다. 가상화폐의 대표적인 특징인 시세 변동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식당이 보유한 가상화폐 결제 허용 목록(좌)과 트론 매수 및 결제 일정 내역(사진=경향게임스)

A 식당 방문은 가격 등락을 떠나 한 주가 지난 후 하기로 정했다. 가상화폐를 통한 음식값 지불은 코인 구매 후 2주 뒤에 가능했다. 트론 매수 후 한 주가 지났던 지난 4월 9일 한 차례 음식점을 찾아갔으나 가상화폐 결제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재해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지난 4월 16일 재차 방문해 가상화폐를 통해 식대를 지불했다.
음식값 결제 당시 보유한 트론의 가격은 14일간에 걸쳐 15.3% 하락했다. 식비로 지불한 트론이 식당 측에 이체되기까지는 약 4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일반 출금 시 발생한 이체 수수료는 1 트론(약 70원)이었다. 
지난 4월 2일 매수 이후 4만 원어치의 음식을 먹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총 4만 7천 310원이었다. 음식의 현금 가치와 비교해 약 18% 높은 값이었다. 가격 변동성에 따른 결과였다.

소비자 입장서 큰 이점 ‘없어’
소비자로서 가상화폐를 직접 사용해 본 결과 현금 또는 신용카드 지불과 비교해 일상생활 속에서는 두드러지는 이점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론의 최소 이체 가능 수량은 10개며 송금 수수료로는 1개가 필요하다(사진=경향게임스)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최소 이체금액이었다. 대다수의 가상화폐는 실생활에서 쓰이는 액수보다 더 큰 값의 최소 이체 가능 금액을 갖고 있었다. 
비트코인의 경우 약 해당 값이 5만 원에 상응한다는 점에서 슈퍼와 음식점 등 실생활 속 사용이 쉽지 않아 보였다. 트론 등 최소 이체금액이 적게 책정된 가상화폐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체를 목적으로 임의의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느껴졌다.
점포의 결제 허용 가상화폐 지정 목록도 소비자 입장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 중 하나였다. 비트코인 등 대표 가상화폐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가 지불 방법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작은 알트코인의 경우 자산을 보유하더라도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확률이 존재했다. 

중개 업체 없어, 업주도 ‘부담’
업주입장에서는 중개 업체(신용카드사 등)의 부재가 가상화폐 결제 사용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결제는 최대 만 하루의 이체 시간을 소요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중개 업체의 부재는 점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래 대금의 이체 완료 시까지 손님을 붙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A 식당은 간판 우측 최하단에 가상화폐 결제 가능 장소임을 밝혔다(사진=경향게임스)

현장에서 만난 식당 대표는 "처음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구두로 대금을 지불했다는 얘기만 믿고 그냥 보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이체는 만 하루 안에 이체가 완료된다는 점에서 매출 발생 후 약 3일의 입금 소요시간이 발생하는 신용카드와 대비해 금액 회전면에서 이점을 갖기도 한다.
가상화폐 지불시스템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은 업체가 마주한 또 다른 해결과제였다. 블록체인 이체 전담 직원의 부재를 대비한 대체인력 확보는 해당 결제 체계 도입에 있어 점포가 필수적으로 풀어야 할 사항 중 하나로 포착됐다. 
소비자와 점주 양측의 입장에서는 가상화폐 자산 오입금 등에 대한 대책도 결제 사용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정부의 법적 테두리 마련 시급
가상화폐 결제의 합법성 여부와 특이사항도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에 지난 4월 8일 유선을 통해 확인했다. 
 

트론으로 결제 시 이체에 소요된 시간은 총 4분이었다(사진=경향게임스)

국세청은 “가상화폐로 지불을 했더라도 조세는 업체의 소득 신고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라며 “지불 형태 자체는 해당 기관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경우 금융 법령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규제·법령해석포털 검색을 추천했다. 포털에는 관련 질문으로 카드사용 승인중계 및 카드전표 매입 업무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인 밴(VAN) 사업체의 오프라인 가맹점 대상 비트코인 결제 중계 서비스 가능 여부를 묻는 질의가 있었다.
해당 질문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 등에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에 대해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서는 별도로 정하고 있는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오입금 사고와 관련해선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보호책을 구비하지 않은 실정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유선 질의를 통해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다”며 “해당기관은 오입금과 관련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송금 가상화폐 결제 주소 입력과정(좌)과 거래 완료 후 최종 모습(사진=경향게임스)

이를 통해 가상화폐 결제와 관련된 유관기관은 현재까지 해당 지불 체계를 금지하는 법적 규제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자산 오입금 등에 대한 방지책도 구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게임스=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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