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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레거시’ 디테일 살아 숨쉬는 오픈월드로 몰입감 잡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3.02.07 05:25
  • 수정 2023.02.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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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거리(공간)를 정의하면서 ‘이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 거리는 100m를 걷는 동안 가게 입구와 같은 이벤트(볼거리)가 최소 30개를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벤트의 밀집도가 방문을 이끌어 내는 근본 원인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오픈월드를 구성하는 게임 개발자들의 시각에서도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호그와트 레거시’의 오픈 월드는 성공적인 출발 선상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팀은 ‘호그와트 마법 학교’를 선보이면서 이 지역에만 수집 요소를 200개 이상 배치한다. 여기에 등장 인물들과 메인 퀘스트 스토리라인, 서브 퀘스트, 마법 등 각기 다른 이벤트를 포함하면 일일히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이벤트들이 배치된다. 맵 전체에 볼거리를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즐길거리를 함께 배치하면서 공간을 형성한다. 

메인 퀘스트 외에도 볼거리는 다양하다. 맵 곳곳에 의외성이 보이는 장치들을 배치하면서 유저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평범한 장소 하나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보물상자를 근처에 배치해 방문을 유도하고, 들어가면 상자외에 새로운 이벤트들이 나오는 식이다. 마법 거울이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요소들은 덤이다. 

또한 맵 곳곳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들을 삽입하면서 이를 유심히 쳐다보고 테스트 해 볼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연출도 더했다. 차세트에서는 차를 마시며 마법으로 나무 장작을 패는 것과 같은 자잘한 연출이 있다피아노를 연주하면 패드에서 소리가 흘러 나오는 디테일도 함께 더한다. 

마법 세계만이 가능한 연출들도 있다. 이 식물들은 근처에 가면 시끄럽게 떠든다. 정신 없이 말을 뱉어 내 무슨 소리인지는 알아듣기 힘들다. 패드가 웅웅거릴 정도로 떠드는 녀석들호 처음에는 주변에 벌이 날아다니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꽃이 떠드는 소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나서 또 한번 놀랄 수 있었다. 

맵 상에 배치된 퍼즐을 풀기 위해 다가가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갑옷이 움직이더니 어깨에 손을 올린다. 갑옷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는 크게 놀랄만한 행동은 아니다. 다만 타이밍의 문제다. 퍼즐에 정신이 팔려 있는 타이밍에 갑옷이 손을 얹는 행동이 디테일이다. 앞서 인사하듯 칼을 내려찍는 갑옷, 무릎을 꿇는 갑옷 등이 등장하는 부분은 덤. 

관상용 식물도 뭔가 다르다. 이 식물은 가만히 있으면 수시로 변하는데 식물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나, 잎이 많아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등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렇듯 흔한 장식품들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특징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디테일을 잡는다. 새로운 장식품이 보일 때 마다 유심히 관찰하게 만든다.

이렇게 설계된 오픈 필드내에서 유저들은 마법을 활용해 추가 이벤트를 겪는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양피지들을 채집(?)하기도 하고, 부서진 석상을 고치기도 한다. 모두 기존 게임에서 존재하는 간단한 장치들이지만, 세계관과 디테일이 결합하자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마치 마법사라도 된 양 맵을 휘젓고 다니면서 마법을 쓸 궁리를 하도록 만드는 설정들이 오픈 월드를 이끌어 낸다. 초반부에 펼쳐지는 이 디테일들을 보다 보면 이 게임이 극찬을 받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역시 사람은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몇 번 보다 보면 싫증나는 부분들이 있는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개발팀은 이를 막기 위해 끊임 없이 배경을 환기시키고 새로운 미션으로 유저들을 유혹하면서 게임을 풀어 나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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