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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사회 … ‘비주얼’에 집중한 팝콘 무비 I·P파워 입증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3.04.11 17:47
  • 수정 2023.04.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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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여전히 현역이다. 최신작인 ‘슈퍼마리어 메이커2’가 약 800만 장,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약 1,900만 장 판매고를 올렸고 지금 이순간에도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 작품이 어떤 형태로 나오든간에 이 작품 역시 수백만 장 판매고는 따논 당상이다. 국내에서도 이 게임을 살 사람을 줄로 세우면 4열 종대로 잠실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지하철 역까지 줄이 늘어설 것이 틀림이 없다. 이제는 본인이 플레이할 게임을 사고, 조카녀석들을 위해 혹은 자녀를 위해 하나 더 사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있으니 판매량은 더 늘 것이 틀림이 없다.

닌텐도는 게임 세상에 거대 제국을 세웠고,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최근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과 함께 협업해 오픈한 ‘슈퍼 닌텐도 월드’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세일즈 파워를 통해 닌텐도는 영화 시장을 정조준했다. 그 결과물이 오는 4월 26일 극장가에 개봉한다. 개봉일을 2주 앞둔 4월 11일 용산 CGV에서 기자 대상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확인해 봤다. 

악당 쿠파의 손에서 피치공주를 구하라

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의 잔혹사는 오랜 기간 동안 악연처럼 이어졌다.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작자와, 한정된 예산 속에서 그저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았던 작품들이 쏟아졌다. 결국 영화 팬도, 게임 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영화 소제 작품들은 크게 흥행하지 못한다. 이후에 마블을 필두로 소위 히어로 물들이 극장에 걸리기 시작하고, 서브 컬쳐 애니메이션들이 흥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계도 게임을 비롯한 서브 컬쳐를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게임이 점점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면서 어느 정도 게임에 대해 이해하는 이들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게임 기반 영화와 드라마들이 점점 성과를 내는 추세다.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라지만 게임에 대한 내용 보다는 잘 만들어진 스토리를 가져와 영화적 시각으로 각색한 내용들이 대세를 이룬다. 

그렇다면 여기 거대한 문제점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슈퍼 마리오’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사실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와 같은 작품들에서 시나리오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대게 이 게임의 시나리오는 한가지로 귀결된다. 유저는 마리오로 변신해 악당 쿠파의 손에서 피치공주를 구해내야 한다. 그게 다다. 더 이상 덧붙일만한 살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나리오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이를 채워줄 방대한 비주얼과, 수 많은 캐릭터들이 남아 있다. 다행히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은 수 많은 캐릭터들을 뽑아내는데 도가 텄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캐릭터로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들이라면 ‘슈퍼 마리오’시리즈로 뭔가를 뽑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기대감이 이번 작품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언리얼 만난 ‘슈퍼 마리오’ 비주얼 압권

영화로 만들어낸 ‘슈퍼 마리오’시리즈역시 이와 맥락이 비슷하다. 시나리오는 익히 예상할법하다. 브루클린에서 배관공을 하는 마리오 형제가 어느 날 이세계로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마리오와 루이지가 다른 배관을 타고 떨어져 마리오는 버섯 왕국에, 루이지는 쿠파의 세계에 떨어진다. 마리오는 루이지를 찾기 위해 피치 공주를 방문한다. 이어 모험이 시작 된다. 

모험은 닌텐도 콘텐츠로 제작된 테마파크를 연상케 한다. 버섯 왕국에서 출발해 동킹콩들을 만나고, 마리오카트를 타며, 쿠파를 잡기 위한 과정이 그려진다. 이 과정 속에서 각 세계를 첨단 그래픽으로 표현해낸다. 그야말로 눈을 호강케 하는 요소들로 점철이 돼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슈퍼 마리오’는 닌텐도 스위치 사양에서 구동되는 3D 마리오가 최선이었다. 이를 언리얼엔진 버전으로 제작해 최신 그래픽 효과들로 무장하고, 사전에 랜더링된 그래픽을 동원해 한땀 한땀 빚어낸다. 기껏 해야 상자 몇 개에 배경이 둥둥 떠다니던 그래픽이 아니라 아예 풀3D로 제작된 배경 속에서 캐릭터는 살아 숨쉬고 행동한다. 이러한 비주얼들이 보여주는 그래픽 세계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뽐낸다. 이러한 그래픽으로 게임이 공개된다면 당장이라도 주머니를 열어야 할 것만 같다.

특히 큰 화면으로 봤을 때 장점은 분명히 있다. 곳곳에서 소품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데, 내공을 가진 이들이 보면 반가운 물건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영화 속에서 표현된 대다수 비주얼은 이미 영상을 통해 일반에 공개돼버렸다. 온갖 클립과 예고편 등을 통해 각 세계들이 공개됐는데 막상 극장에 가보면 영화 절반 이상은 이미 봐버린 세계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에 속한다. 사전에 정보를 찾아 보는 것 보다 일단 영화관에 가서 확인하기를 권한다. 

게임 요소보다는 영화적 클리셰에 집중한 작품 

그렇다고 해서 비주얼만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분명히 공백은 있다. 영화는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관객들을 잡아 둬야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그림을 상영할 것이라면 굳이 영화를 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이를 부드럽게 풀어줄 요소로 개그를 삽입할 때도 있고, 연출을 더해서 몰입을 강화하기도 한다.

작품 전반에서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것은 성우들이다. 각자 매력적인 목소리로 대사를 내뱉는데 이를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귀가 즐겁다. 또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연출들도 주목할만한 요소들이다. 익숙한 게임 음악이 들리면서 이어지는 씬들은 킬링 포인트로서 충분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역시 여러 연출을 동원해 작품을 부드럽게 풀어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비주얼이 동반되다보니 퀄리티면에서는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다만 이 작품이 게임을 원작으로 삼는 작품으로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연출은 못내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역시 게임 원작 영화에서 여러 차례 드러난 문제점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면이 있다. 게이머들은 사소한 디테일이라도 감동하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례로 영화 초반 마리오는 블록을 뛰어넘는 훈련에 나선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게이머 시각에서 보면 일반적인 슈퍼마리오 스테이지에서 노멀 난이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튜토리얼’세계를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이머라면 2~3트라이면 클리어하고도 남을 만한 장애물을 밤새도록 플레이한다. 

영화 속 마리오는 기본 점프로 보이는 간격도 제대로 닿지 못해 미끌어지는 표현에서 마무리 된다. 즉, 게임의 범주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흔히 봐왔던 주인공의 훈련 장면 클리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좀 더 게이머 시각에서 접근했다면 다른 연출이 가능했을터다. 소위 ‘뒤주’를 깔고 온갖 트랩들을 집어 넣은 뒤에 재밌는 표정을 집어넣어 얼굴로 욕(?)을 해줬다면 좀 더 공감 섞인 웃음을 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접근은 영화 전반에서 일어 난다. ‘마리오 카트’에서는 팬들이 흔히 보던 그 속도감이 아니다. ‘별’을 활용한 전투에서는 난데 없이 ‘라이더 킥’을 꽂는다. ‘너구리’나 ‘고양이’장면에서도 이들은 게임적 재미 포인트 대신, 그들이 독자적으로 해석한 영화적 연출을 집어 넣는다. 대다수 장면은 오래된 클리셰로 범벅돼있다. 잠깐만 눈을 감고 상상해보면 그 장면을 그대로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진들이 전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초반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는 부르클린 도시를 질주하는데, 약 2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진감 넘치는 액션들이 이어 진다. 그 장면만 따로 때때어 미니 게임을 제작하더라도 색다른 게임이 완성될법한 퀄리티다.

이런 센스를 영화 전반에 유지했다면 좀 더 흥미로운 작품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전연령층이 이용 가능한 영화를 준비하고, 게이머가 아닌 관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표현을 순화한 듯 해 못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분명히 몇몇 포인트에서는 분명히 웃음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있다. 기자가 손꼽는 킬링 포인트는 ‘시스템이 고장났어요 고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불어서 사용하세요’라는 답을 하는 파트다. 이 센스를 좀 더 발휘했다면 영화와 게임의 시너지가 좀 더 발휘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영화에서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법들을 게임이 발굴해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판이 제대로 깔린 만루 찬스에서 리그 넘버원 타자가 등판했는데, 홈런을 날리는 시도 보다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볼이 알아서 피해나가기를 기다리는  점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별 수 없다. 작품이 실패했을 때 리스크를 생각해 보면 그들의 선택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들을 위한 안내서

단언컨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할 작품에 속한다. 어쩌면 이미 이 영화를 보려고 비행기표를 끊고 미국 극장에 앉아 있을 독자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만큼 이 시리즈가 갖는 가치는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대변하는 시리즈일수도 있다. 굳이 말이 필요할까. 

이 영화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반열에 오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장점이 확실하며, 그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영화 평론을 주로 하는 이들이 단점으로 보는 문제들도 공감할만하다. 게이머들의 기대치도 역시 공감할만하다.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더 커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더 커보일 수 있다. 개인의 취향 영역을 강요하는 일은 그리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숫자로 평점을 매기는 일 보다는, 영화를 보려고 하는 이들을 위해 몇 가지 관람포인트를 남기는 것으로 리뷰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영화는 특정 주인공을 위주로한 서사가 아니다. 얼핏 보면 마리오의 공주구하기 영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크게 비중이 높지 않다. 오히려 닌텐도에서 등장하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여러 차례 뒤바뀌면서 작중 화자로 등장하는 식이다. 여러 단편극을 한 데 이어붙인 드라마를 연상하고 보기를 권한다. 

두 번째로 영화는 시나리오 보다는 비주얼에 집중해야한다. 과거 영화 ‘트렌스포머’가 별다른 시나리오 없이 육중한 로봇들이 보여주는 대결과 그 연출로 극찬을 얻었듯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관전포인트는 ‘언리얼 엔진’으로 표현된 첨단 그래픽 마리오와 그 세계에 있다. 

세 번째로 게임 음악을 활용한 연출에 집중해 보라.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서 씬이 반전되는데 이를 즐기면서 영화를 본다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엇박이 나는 경우들이 있으나 싱크의 아쉬움은 접어 두고 일단 즐기기를 권장한다. 

이와 함께 기존 음악들을 활용한 연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하의 Take on me가 깔리면서 누군가 나를 데려갈듯한 사운드와 함께 카트가 등장하고, ACDC의 썬더트럭이 깔리면서 무지개 로드가 펼쳐진다. 보니 테일러의 아임어 히어로와 같은 익숙한 음악들은 역시 아재들을 위한 킬링 포인트. 잘못 들썩이다가 뒷사람이 화낼 수 있으므로 내적 댄스를 추도록 하자. 

네 번째로 성우들의 연기에 집중해 보라. 영화 속에서 피치 공주의 숨소리 섞인 대사가 매력적인데,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홀리는 연기를 확인해볼 수 있다. 잭 블랙의 연기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데, 잭 블랙이 급발진하기 직전까지 딱 끊어 내면 어떤 결과물이 탄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키노피오 역을 맡은 케빈 키건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귀에 꽂히는 대사를 뱉어 내면서 매력을 살린다. 단, 크리스 프렛의 연기는 팬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끝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라. 정신을 차리고 나면 손에 온갖 굳즈를 사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이번 달에는 라면만 먹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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