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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지후니’ 서지훈의 스타일기 <8>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4.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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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격려로 올림푸스배 우승 차지해
지훈이 이를 악물고 게임에만 몰두하기 시작한 건 2002년, GO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포기하지 않았던 게임. 본격적으로 그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속세(?)와의 인연을 끊었다. 정식 프로게임단에 입단했지만 어머니는 흔쾌히 승낙해주시지 않았고 짐을 싸서 숙소로 들어가던 날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셨다.

이후 지훈은 가족들과의 연락을 끊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지훈은 무소속으로 출전했던 챌린지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중간에 GO에 합류했기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일수도 있다. 독한 마음으로 시작한 자신과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 것이다. 지훈은 자신감이 생겼고 더더욱 게임에 매진, 신인으로서 파나소닉배에서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훈은 이 시점에서 더 강하게 스스로에게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서 배틀넷으로 알게된 연인과도 이별을 결심한 것이다. “게임을 하느라 자주 만날 시간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주 다투기도 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진 거죠.” 그렇게도 원했던 길인데 이성에게 한눈을 팔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훈은 핸드폰을 꺼놓고 게임에만 매달렸다.

지훈은 올림푸스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을 앞둔 어느 날, 지훈이 핸드폰 전원을 켜자마자 벨이 울렸다. 어머니 전화였다. 어머니는 “엄마가 보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제가 정식 팀에서 숙소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이제 체계적으로 뭔가를 하는구나’ 싶어 안심을 하셨대요. 파나소닉배부터는 제 경기를 꼬박꼬박 시청하셨구요.”

결승전 날 지훈은 관람석에 앉아 계신 어머니를 발견했다. 조명이 눈부셨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또렷하게 한 눈에 들어왔다. “이제 어머니께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났고 꼭 우승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훈은 게임 때문에 어머니 속을 어지간히 태운 아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으로 어머니께 효도할 생각이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누나와 저를 위해 너무 많이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제가 어머니와 누나를 위해 뭔가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지훈은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이 곧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라는 걸 잘 안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을 사 드리는 것보다 그 동안 저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마음 편히 모시는 게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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