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호떡’ 운영자 허영진] 온라인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 ‘호떡’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1.24 19:0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씨는 ‘바람의나라’, ‘뮤’, ‘거상’ 이후 최근에는 ‘실크로드’를 즐긴다. 밤낮 게임과 씨름하던 3년 전과 달리 본업에 충실하며 그저 취미 삼아 게임을 한다. “예전에는 아이템만 보면 욕심이 나 악착같이 게임에 몰두했는데 지금은 본업에 충실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호떡이 모야?”라고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좀 한다 싶은 이들에게 ‘호떡(본명 허영진) ’ 이라는 ID는 살아있는 온라인게임의 전설로 불린다. 온라인게임 매니아들에게 영웅으로 칭송 받는 ‘호떡’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머그게임 ‘바람의나라’에서 탄생했다.

이후 ‘바람의나라’ 커뮤니티인 ‘호떡(http://baram.hodduc.com/)’의 운영자로 그 명성을 떨쳤다. 이제 웬만한 게임에서는 허 씨의 아이디를 도용한 ‘호떡’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97년 ‘바람의나라’로 신의 경지에 오른 허씨는 3년 전 ‘뮤’에서도 전체 1위(당시 레벨220)로 마검사 1호 자리에 오른 바 있다.

‘바람의 나라’ 단행본 5권을 집필했으며, ‘리니지’ 관련 매뉴얼을 포함해 다수의 공략집을 펴내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를 추종하는 게임매니아들이 상당수에 이르지만 게임전문지에 필자로 활동하면서도 단 한번도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다. 물론 게임 관련 방송국의 집요한 섭외 요구도 번번이 거절해 왔다. 경향게임스에서 배일 속에 철저히 가려졌던 ‘호떡’ 허영진 씨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한다.

‘호떡’ 허영진 씨는 온라인게임의 살아있는 전설로 게이머들에게는 ‘신(神)’에 가깝다. ‘바람의나라’에 접속하면 수십, 수백 명의 유저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어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때가 많다.

“귓말 기능은 아예 닫아버렸고 하루 수백 통의 메일이 날아 왔었죠. 초등학생들은 친구에게 자랑한다며 제발 답장을 달라는 애원의 글이 많았습니다.”

그가 방송이나 언론의 취재 요청을 거부한 것도 ‘호떡’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였다. “게임만큼 정직한 건 없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분명히 그 결과를 얻게 되니까요.” 허 씨는 97년 ‘바람의나라’를 시작했고 오로지 사냥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최고의 레벨에 올랐고 국내 최초의 온라인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호떡’을 탄생시켰다. 지금 호떡은 20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있으며 하루 방문자 수가 평균 3만 명을 넘어선다. 30여명의 부운영자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허 씨는 포항에 살고 있는 가족(한의사인 아내와 11살 된 딸)들과 떨어져 청담동에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두 번 포항을 오가며 허씨가 하는 일은 오디오 관련사업. “99년에 혼자서 서울로 올라올 때만해도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는데 지난해 중순부터는 아내의 수입을 넘어섰습니다.(웃음)”

허 씨는 오디오 케이블 자제를 수입해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개조 및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오디오 케이블 가격은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천 만원에 이른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게임과 마찬가지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도 오디오를 최고의 사치품으로 여기는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관심이 높은 영역입니다.”

허 씨는 유아시절부터 전축을 끼고 살다 시피하며 클래식을 들어왔다. 당시 음반이 귀했던 터라 같은 곡을 수 천 번씩 들어야만 했다. 성악을 전공하는 게 꿈이었으나 집안이 어려워 레슨비를 감당해 낼 형편이 못됐고 결국 포기하고 대구 계명대 화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때도 학과공부는 뒷전이고 극단에서 음향 일을 도맡아했고 음악다방 DJ를 하며 음악에 미쳐 지냈다. 게임관련 서적을 출간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 온 지난 99년까지도 포항에서 음악카페, 레코드가게 등의 사업을 했었다.

“요즘은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소리를 듣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좋은 소리를 찾아내는 일이니까요.” 허 씨가 운영하는 오디오 관련 사이트는 변변히 홍보 한번 제대로 한적 없지만 오픈 한 달 여만에 사이트 순위 1만등에 올랐다. “무슨 일을 하든 최고의 자리에 올라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게임에서도 그랬고 이제는 오디오 케이블 분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꽤 입 소문이 나있는 상태다. 허씨의 최종 목표는 연주곡이든 성악이든 음반을 기획하는 일이다. 자신이 못다 이룬 성악가의 꿈을 스스로 보상받는 의미로 유능한 음반 기획자가 되는 게 꿈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