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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실명제’ 트래블룰 도입 D-1, ‘핵심 쟁점과 전망’

자금 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 위해 필요 … 1천 달러 이상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 제공이 핵심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2.03.24 11:30
  • 수정 2022.03.2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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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가 오는 3월 25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트래블룰을 도입한다. ‘코인 금융실명제’라고도 불리는 트래블룰(Travel Rule)은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의 ‘해외 송금에 관한 권고안’의 16번째 항목이다. 
해당 항목은 금융 기관 및 가상화폐 거래소가 1천 달러(한화 약 12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전송 시 상대방에게 발신자 및 수익자 세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문제 막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트래블룰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트래블룰 적용은 국제적인 흐름이다. 해외 조사업체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의 약 70%가 해당 규정을 준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트래블룰 이행은 규제 당국과의 협력 의사와 비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계의 경우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코드(CODE) 협의체로 나뉘어 트래블룰 채택을 준비 중이다. 두 협의체는 시스템 제작 방식에 따라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의 시스템을 연동하는 체계도 향후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istockphoto
사진=istockphoto

트래블룰 추진과 관련해 해당 정책이 특정 디지털 지갑 사용을 통제함에 따라 산업 발전을 더디게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인 금융정보분석원(Korea Financial Intelligence Unit, KoFIU)은 이와 관련해 디지털 지갑 사용 목록 구축은 정책적 논의점이 아닌 가상자산 사업자의 개별 사안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경우 트래블룰이 사이버 범죄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금융 거래 질서를 확립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간의 신뢰도 향상 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시행 주체간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래블룰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
트래블룰 도입은 국제적인 추세로 흘러가고 있다.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타베네(Notabene)는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자체 통계자료인 2022 가상화폐 트래블룰 준수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Crypto Travel Rule Compliance Report 2022)를 통해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약 70%가 트래블룰을 사용 또는 예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타베네는 전 세계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대륙의 56개 가상화폐 관련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의 31%가 트래블룰을 시행하고 있으며 92%는 해외 자금 송금과 관련한 내부 규정 및 법무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업체는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설문 응답자들이 트래블룰 준수 및 시행을 위해 규제 당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알렸다. 
 

노타베네 ‘2022 가상화폐 트래블룰 준수 현황 보고서’(사진=노타베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는 현재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코드(CODE) 제휴사로 나뉘어 트래블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두 협의체는 트래블룰 시스템 제작 방식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차명훈 코인원 최고경영자이자, 코드 합작법인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만들었다”라며 “국가별 트래블룰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도입 속도와 규정이 다른 만큼 국내 기준에 맞는 한국형 솔루션이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국내 현황은 …
베리파이바스프는 업비트의 자회사인 람다256(Lambda 256)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고팍스, 한빗코, 코어닥스, 프로비트, 플라이빗 등 10여 개의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가 속해있다. 코드의 경우 빗썸·코인원·코빗을 주축으로 협의체가 형성돼있다. 
한 국내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협의체가 나누어져 있지만 두 곳 모두 속한 업체들도 존재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업비트를 포함한 네 곳의 원화 거래소가 모두 코드 합작법인 설립에 참여했다. 그러나 업비트가 ‘일부 사업자의 연대가 공동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베리파이바스프로 소속을 옮겼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협의체에 따른 국내 가상화폐 산업의 양분화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제휴사가 연동을 위한 논의를 진행함에 따라 해당 추측은 사그라졌다. 협의체가 나뉘더라도 거래소 사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연동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와 코드(CODE) 트래블 룰 협의체

트래블룰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산업 내 두 개의 협의체가 존재하는 상황은 컴퓨터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아래아한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두 가지로 나뉘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두 가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호환 가능하며 목적이 같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학계 ‘상반된 목소리’ 해결책은 …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내 트래블룰 도입과 관련해 학계는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트래블룰 적용이 기업 비즈니스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 시킬 수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트래블룰이 가상화폐 산업 발전을 저해할 거라는 관점은 가상화폐 개인지갑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나왔다. 개인지갑은 이용자가 거래소에 가입하지 않고 웹사이트 등을 통해 가상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를 의미한다.
대표적 개인지갑인 메타마스크(MetaMask)의 경우 본인 식별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메타마스크와 같이 본인 식별이 불가능할 경우 송·수신자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트래블룰 규정에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로 3월 23일 현재 업비트와 빗썸은 개인 지갑으로의 출금을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A교수는 “트래블 룰 도입 이후 인증을 받지 못한 개인지갑 사용이 막힌다는 것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블록체인 게임 등의 웹 3.0 생태계를 이용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라며 “제한적 생태계 참여는 시장의 뿌리를 자르는 형태며 산업의 성장 속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과 관련해 가상자산 부문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측은 해당 기관은 특정금융정보법과 트래블룰의 규정을 소관하는 입장이라며 특정 개인 지갑 리스트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은 규정에 따로 포함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의 백용기 한국 지사장은 “각 국가 및 협의체 간 허용범위가 다른 트래블룰의 상호 운용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정부와 민간 부문의 협력이 요구된다”라며 “양 측의 협력은 이용자들의 예상되는 혼선을 감소시키고 트래블룰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향게임스=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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