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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 놓고 치열한 신경전, 미국 상품거래위 vs 증권거래위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2.07.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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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는 가상화폐 시장 규제안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상원의 경우 지난달 초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증권과 상품의 개념을 확립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현물시장 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책임있는 금융혁신법(The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을 발의했다.
가상화폐의 상당수가 증권보다 상품(商品, Commodity)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 지적이었다. 업계는 ‘책임있는 금융혁신법’ 발의 이후 가상화폐 시장 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주무 부처로 거론되고 있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는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로스틴 베넘(Rostin Behnam) 위원장은 줄곧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정의하며 시장 감독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의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은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증권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두 기관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최근 겐슬러 위원장이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규제 담당자들에게 ‘단일 규칙(One Rule Book)’ 제정을 제정하고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가상화폐 내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도미넌스)은 43% 안팎으로 관측된다. 정책적 사안을 단순 수치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증권거래위원회의 의견대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규제를 담당할 경우 시장 내 감독 권한은 55 대 45 수준으로 매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foto.wuestenigel
사진=foto.wuestenigel

가상화폐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감독 강화가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점치고 있다.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논의 중인 규제 틀은 시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닌, 탈선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 역할을 담당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은 상품”, 겐슬러 위원장의 속내는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의 시장 감독 협력 제안은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됐다. 
가상화폐 프로젝트인 ‘테라’ 생태계의 붕괴 이후, 지난 5월 중순 겐슬러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금융산업 규제당국 연례회의(FINRA annual conference)’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의 협력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 내 ‘경찰(a cop)’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로스틴 베넘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은 경제매체인 씨앤비씨(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상품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구분하며 한 발자국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더리움 등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화폐에 대해선 언급을 아꼈다.
당시 겐슬러 위원장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는 약간의 다른 규제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나의 전임자들과 다른 사람들이 비트코인은 상품이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겐슬러 위원장의 ‘비트코인은 상품’ 발언 배경에는 표면적으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규제 권한을 실어주자는 ‘책임있는 금융혁신법’ 초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안을 들여다봤을 땐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을 염두에 둔 계산으로도 보인다. 
 

▲ 파이낸셜타임스는 개리 겐슬러 증권위원장이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가상화폐 시장 ‘단일 규칙’ 제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사진=파이낸셜타임스)
▲ 파이낸셜타임스는 개리 겐슬러 증권위원장이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가상화폐 시장 ‘단일 규칙’ 제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사진=파이낸셜타임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업체인 트레이딩뷰(Trading View) 상 7월 4일 현재의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은 43.29%로 나타난다.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던 지난해 11월 10일의 시장 점유율은 43%이었다.
이후 발생한 시장 폭락을 통해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48%까지 증가하긴 했으나 50%를 넘진 않았다.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 증가는 시장 참여자들이 폭락 속 변동성이 높은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을 선택하는 투자 심리에서 비롯된 결과다. 가상화폐 시장 내 비트코인 점유율은 불황이 심화될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드러낸다. 

증권거래위원회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장은
현재의 흐름을 참고했을 때 증권거래위원회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을 양보하고 나머지 가상화폐를 감독하더라도 절반 이상의 시장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도출된다.
미국 내 가상화폐 시장 규제 및 감독이 여러 기관에 걸쳐 산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각 기관의 정확한 영향력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가 가상화폐 시장 등장 초기부터 현재까지 거둬들인 벌금 규모를 미루어 봤을 때 장악 수준에 대한 대략적인 짐작은 가능하다. 
영국의 시장 분석업체인 엘립틱(Elliptic)은 지난달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상화폐 산업 내 전체 벌금 규모의 70%를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즉, 시장 감독의 70% 이상이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 지난 2021년 7월 이후 가상화폐 시장 내 비트코인의 점유율 흐름(사진=트레이딩뷰)
▲ 지난 2021년 7월 이후 가상화폐 시장 내 비트코인의 점유율 흐름(사진=트레이딩뷰)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으로 분류돼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소관이 돼야 한다는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을 근거로 했을 땐, 상품선물거래위원회를 향한 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감독 제안은 다소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는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외에도 해외자산통제국(OFAC),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이 규제 기관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현재 실질적인 벌금 부과 및 시장 감독 권한은 20% 안팎이 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 겐슬러 위원장의 ‘비트코인은 상품’ 발언은 다른 기관의 참여를 배제한 채, 가상화폐 시장 감독을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쌍두마차 체제로 이끌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겐슬러 위원장이 쌍두마차 체제에 대한 조건으로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기존 대비 두 배가량 시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감독을 제안했을 거라는 의견이다. 다만, 이더리움의 시장 장악력이 15% 정도라는 점에서 증권거래위원회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비트코인 이상의 감독 권한은 제안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생태계의 미래는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감독 비중을 떠나 가상화폐 시장 내 규제 틀 마련은 생태계 성장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엘립틱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상화폐 시장을 통해 거둬들인 벌금 규모가 33억 5천만 달러(한화 약 4조 3,305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사진=트위터) 
▲ 엘립틱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상화폐 시장을 통해 거둬들인 벌금 규모가 33억 5천만 달러(한화 약 4조 3,305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사진=트위터) 

비트코인 중심의 금융 서비스 업체인 뉴욕디지털투자그룹(NYDIG)은 지난 6월 자체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가격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의 규제안 마련 이후 365일에 걸쳐 10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카 대륙은 보고서에서 규제안 제정 이후, 두 번째로 높은 비트코인 시세 오름을 만들어낸 지역이었다. 조사기간 동안 북미에서는 총 17건의 규제안 제정이 있었으며, 365일을 기준으로 160.4%의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뉴욕디지털투자그룹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접근 방식인 ‘가드레일 규제’는 시장과 가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라며 “아직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시장 순풍을 예상한다”라고 짚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이안 앤드류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를 통해 시장 내 대표 자산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 폭락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가상화폐 산업에 진출하는 회사 자체는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태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안 앤드류스 최고마케팅 책임자는 “현재 가상화폐 산업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다”라며 “산업의 성장은 궁극적으로 자산 가격 상승과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피력했다.
 

▲ 규제안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절대적 움직임 수준(사진=뉴욕디지털투자그룹)
▲ 규제안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의 절대적 움직임 수준(사진=뉴욕디지털투자그룹)

시장 폭락 속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가상화폐 생태계의 약진을 점치는 가운데, 미국 내 산업 주도권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느 기관이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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