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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권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반려 배경은 ‘러시아’?

현물 ETF 소비자 보호 미비 관련 승인 불발 … 러시아, 최근 비트코인 채굴 산업 기조 완화
미국, 규제안 없이 러시아와 경쟁 쉽지 않아 … ‘책임있는 금융혁신법’ 입법안이 해결 실마리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2.07.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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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출시를 반려했다. 그레이스케일이 시장 조작 방지와 투자자 보호 등의 우려 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는 게 증권거래위원회의 입장이었다. 
마이클 소넨샤인(Michael Sonnenshein) 그레이스케일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그레이스케일이 지난 2월부터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출시 타당성 설문 조사 시행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왔다는 점에서 증권거래위원회의 결정은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을 거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공익을 추구하는 증권거래위원회 입장에선 최근 비트코인 채굴 산업과 관련해 예의주시할 만한 상황이 하나 생겼다. 비트코인 채굴 산업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 변화다. 러시아에서 비트코인 채굴을 강력히 반대했던 중앙은행은 지난달 입장을 완화했다. 지속되는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제 제재 이후 자금 마련을 위해 비트코인 채굴 산업 합법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비트코인 채굴 합법화 방향은 산업에 대한 일시적 과세 유예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생산해낸 국가지만, 러시아가 정부 산업으로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지원할 경우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진=FabiusMaximuswebsite
사진=FabiusMaximuswebsite

비트코인 채굴을 둘러싼 국제 흐름을 미뤄봤을 때, 그레이스케일이 마련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타당성 확보는 현재 상황에 대한 답이 되기 힘들 거라는 관측이다. 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승인은 미국 내 산업 세부 규제사항을 포함하는 ‘책임있는 금융혁신법(The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발의안의 최종 승인 이후에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러시아 비트코인 채굴 합법은 미국 증권위에 ‘부담’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신청을 거부했다. 시장 조작 방지와 투자자 보호 등의 우려 사항에 그레이스케일이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지난 2월부터 개인 투자자 중심의 의견 취합을 통해 상장지수펀드 출시 정당성을 확보해왔던 그레이스케일의 입장에선 다소 납득이 불가능한 반려 사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거래위원회 상황에서 사안을 들여다봤을 땐 단순 투자자들의 입장 외에도 고려할 만한 요소가 존재한다. 
비트코인 채굴 산업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기조 변화다. 러시아 내 비트코인 채굴을 줄곧 반대해오던 중앙은행이 최근 입장을 변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의 기조 역시 영향을 받았을 거란 분석이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6월 말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관계자가 특정 조건 하의 비트코인 현지 채굴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코인텔레그래프)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6월 말 러시아 중앙은행 고위관계자가 특정 조건 하의 비트코인 현지 채굴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사진=코인텔레그래프)

러시아 중앙은행의 키릴 프로닌(Kirill Pronin) 금융기술부장은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법률포럼에서 특정 조건하에 가상화폐 채굴 합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채굴을 통해 생산된 가상화폐가 러시아 내부에서 사용 및 축적되지 않고, 수출을 통해 법정화폐로 교환이 가능할 경우 양지화하겠다는 언급이었다.
현재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에서는 가상화폐 채굴업자들의 사업자 등록 의무 면제와 1년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담은 법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입장이 절대적 금지에서 부분적 수용으로 탈바꿈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심화된 서방 국가의 제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및 금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논의한 가운데 러시아 금융당국이 자금 조달의 돌파구로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운 시장인 가상화폐 산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견이다. 

미규제 현물 ETF 승인은 미국에 ‘시기상조’
그레이스케일이 출시를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가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증권거래위원회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나스닥의 설문조사 결과 기관 투자자의 72%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시장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나스닥)
나스닥의 설문조사 결과 기관 투자자의 72%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시장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나스닥)

미국 내 상당수의 금융투자사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를 통한 시장 참여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의한 시장 가격 형성 및 변화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 거란 추측이다. 
미국의 증권거래소인 나스닥(NASDAQ)이 지난 4월 현지 500개의 금융 투자자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설문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72%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출시될 경우 시장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 1월 가상화폐 채굴 데이터를 공급하는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소비지수(CBECI) 상 전 세계 비트코인 생산 점유율 37.84%를 기록하며 최다 생산 국가로 이름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경제 제재를 돌파하고자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한 국가정책으로 지정할 경우 미국의 시장 주도권 역시 탈환될 확률이 존재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 채굴을 통해 얻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달 초 발의한 가상화폐 규제안인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의 세부사항 중 하나인 채굴자들을 거래 중개인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법제화되지 않은 이상 러시아가 채굴 산업을 주도할 여지는 다분할 거란 입장이다.
그레이스케일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기 위한 증명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과 증권거래위원회의 승인 반려 사유가 빈약했다는 점은 모두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은 2022년 1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생산 중이다(사진=CBECI)
미국은 2022년 1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생산 중이다(사진=CBECI)

가상화폐 산업 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뜨거운 감자 중 하나라는 점을 가장 잘 인식하는 기관도 증권거래위원회 일 거란 견해다. 

명확한 규제 관련 법안 통과 시급
비트코인 채굴을 둘러싼 국제적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증권거래위원회가 기술적인 요건 충족만을 가지고 현물 자산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출시 승인을 쉽사리 허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감독을 제안했을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 내 대표적인 친(親) 가상화폐 인사인 헤스터 피어스 위원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가 승인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가상화폐 거래소가 상당한 규모의 시장 그룹과 포괄적인 보안 감시 공유 계약을 체결했음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사기 및 시세 조작 등에 대한 사안에 증권시장과 거래소보다 높은 수준의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
 

헤스터 피어스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은 ‘새로운 암호화폐 생태계 규제에 관한 규제 투명성 프로젝트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거래소의 감시 역할을 강조했다(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헤스터 피어스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은 ‘새로운 암호화폐 생태계 규제에 관한 규제 투명성 프로젝트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거래소의 감시 역할을 강조했다(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결과적으로 미국 상원에 발의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 승인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출시를 가능케 할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 
‘책임있는 금융혁신법’ 내 ▲디지털 자산 과세 표준 확립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체규제조직(SRO) 개발 연구 및 창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 및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NIST)의 협의를 통한 디지털 자산 중개자 관련 사이버 보안 지침 구축 등의 사항이 증권거래위원회의 우려를 잠식시키는데 도움을 줄 거란 생각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이안 앤드류스(Ian Andrews) 최고마케팅책임자 역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콘퍼런스 현장을 통해 “희망적인 사실 중 하나는 내년 안으로 가상화폐 시장 관련 법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명확한 책임과 규제를 담은 법률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출시도 가능케 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책임금융혁신법(The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최종 발의안(사진=키어스 길리브랜드 상원의원 웹사이트)
‘책임금융혁신법(The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최종 발의안(사진=키어스 길리브랜드 상원의원 웹사이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출시 반려가 법정 싸움으로 번지는 가운데 증권거래위원회의 선택이 러시아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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