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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자 김정주, ‘한국의 디즈니’ 꿈꿨던 그의 원대한 스토리   

  • 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2.03.02 14:36
  • 수정 2022.03.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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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안타까운 비보가 들렸다. 국내 게임산업에 한 획을 그은 거장 김정주 넥슨 창업주(NXC 이사)의 별세 소식이었다. 지난 1994년 자본금 6,000만 원으로 역삼동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한 그는 2011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시총 8조 원에 회사를 상장시켰고, 지난 2020년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기록하는 등의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바람의나라’ 탄생과 게임산업 부흥기 개척
199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박사 과정 다니던 그는, 같은 과 친구였던 송재경(엑스엘게임즈 대표)과 함께 세계 최초 그래픽 기반 MMORPG ‘바람의나라’를 개발해 서비스했다. 2000대 초반 ‘리니지’를 비롯한 국산 MMORPG가 부흥기를 열 수 있게 그 길을 열어준 인물이 바로 김정주인 것이다.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 ‘퀴즈퀴즈’, ‘카트라이더’까지 코어했던 게임시장을 캐주얼 장르로 대중들에게까지 넓히며 게임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업계 최초로 부분유료화를 도입하면서 게임의 진입장벽 또한 낮추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런 부분유료화 모델은 지금까지도 메인스트림으로 굳혀지면서 모바일게임에서도 주요 BM(비즈니스 모델)으로 꼽히고 있다.

믿음의 경영, 독보적인 ‘미래 전략’
게임 개발 이외에도 김정주 이사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김정주의 인사와 투자는 언제나 늘 파격적이었다. 철저한 능력 위주로 사람을 등용하고, 실무자를 대표로 발령시키는 등 실용주의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가 등용한 사람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내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 개발사인 위젯과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 인수에 있어서 당시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넥슨이 부족한 부분을 M&A로 채울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메이플스토리’는 국민게임을 넘어서 효자 장수 IP로 여전히 각광 받고 있으며,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넥슨 성장에 큰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라고 말하기엔 결과가 매번 좋았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하는지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다고 자만하지 않았다. 김정주 이사는 항상 자신의 역량에 대해 부족하다며 매번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원대한 꿈, 그리고 첫 번째 좌절
넥슨을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시킨 그였지만, 그의 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1등을 위한 목마름은 계속됐고,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글로벌 게임사 EA(일렉트로닉 아츠)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김정주 이사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동문으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김정주의 꿈에 김택진 대표가 응답했고, 2012년 김택진 대표가 자사 지분을 팔고 넥슨이 이를 매입하는 형태로 8,000억 원이라는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은 가격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후, 2016년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를 아무런 대가 없이 양도한 혐의로 고소되는 등 곤혹을 치뤘지만 2018년 무죄로 최종 판결을 받았다.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겹치면서 김정주 이사 역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돌연히 넥슨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가치 부분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쉼 없이 달린 27년 그리고 …
경영과 관련해, 실무자들에게 대부분의 책임과 권한을 주면서 한발 물러서 있던 김정주 이사는 지난해 7월 NCX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자신은 사내이사와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넥슨 설립 후, 27년 만에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김정주 이사는 “지주회사 전환 후, 대표직을 맡아왔지만,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 맡길 때가 된 것 같다”며 “저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정주 이사는 사회공헌활동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앞장섰다. 2013년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제주도에 개관하고 국내 최초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지원했다. 특히, 2018년 넥슨재단 설립 후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 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하는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황망한 죽음 앞에 많은 이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지금껏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았기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되는 것 같다.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이 회사가 글로벌에서 누구나 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회사로 만들어 달라며 환하게 웃던 그 미소가 아직도 제게는 선명하다”며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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