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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범죄 현황과 대책] 단속과 예방 위해 ‘관련 법안’ 신설 시급

지능화된 가상화폐 범죄에 정부부처 단속 ‘공표’ … 전문가들은 시장 특성 고려한 ‘기본법’ 제정 촉구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3.03.10 13:43
  • 수정 2023.03.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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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범죄 피해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자 보호 민간 기관을 운영하는 웁살라시큐리티(Uppsala Security)는 지난달 자체 통계 보고서를 통해 2020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671건의 가상화폐 범죄 관련 피해 신고를 접수받았다고 소개했다.
전체 신고 건수의 절반 이상인 58%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왔다. 접수된 피해 사례의 네 건 중 한 건가량은 ‘이메일,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 피해액은 4,768억 6천만 원에 달했다. 
웁살라시큐리티는 “지난 2021년에는 유명 사이트의 주소를 교묘하게 바꿔 피싱 사이트를 개설하는 사건들이 많았다”라며 “작년의 경우에는 투자 관련 사이트에서 개인 디지털지갑을 연동 시 비밀번호를 해킹해가는 수법이 성행했다”라고 현황을 풀이했다. 
 

▲ 사진=FLICKR
▲ 사진=FLICKR

가상화폐 관련 범죄가 지능적으로 진화함에 따라 국내 정부 기관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의 공조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화폐로 전환되더라도 거래소를 통해 범인의 계정을 정지하고 구제 절차를 진행할 거라고 얘기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626건의 가상화폐 등 유사 수신 및 불법 다단계 범죄 검거에 성공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6조 3,346억 원의 가상화폐 환치기 무역경제 범죄를 적발했다.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중 가상화폐 추적 시스템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가상화폐 추적 프로그램 고도화를 통해 새로운 탈루유형 발굴을 기관 업무 목표로 삼았다. 외교부는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면담을 통해 북한의 가상화폐 및 정보기술(IT) 시장 내 자금세탁 등 불법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 사진=BLOGSPOT
▲ 사진=BLOGSPOT

가상화폐 시장 감독에 대한 정부 기관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화폐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범죄 처벌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용 법안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의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가상화폐를 특정 자산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없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 등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경우 가상화폐 관련 범죄 수사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조항을 기반하는데 증권성과 인과관계 등의 사유로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 사진=foto.wuestenigel
▲ 사진=foto.wuestenigel

블록체인 정보 분석 플랫폼인 쟁글(Xangle)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CrossAngle)의 이현우 공동대표는 공시 관련 사항을 가상화폐 법제화 과정에서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투명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상화폐 발행사의 유통량 및 보관(락업) 해제 계획, 자금 사용 내역이 명백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게 이 공동대표의 전언이다.

시장 성장에 맞춰 범죄 진화
국내 블록체인 규제기술 전문기업인 웁살라시큐리티(Uppsala Security)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2월 17일까지 가상화폐 피해와 관련해 신고된 사례 건수는 총 1,617회로 밝혀졌다. 조사기간 발생한 피해액 규모는 약 4,768억 6천만 원이었다. 
피해자들의 신고 유형을 분석했을 때 가장 빈번하게 범죄가 발생한 통로는 ‘이메일,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이메일,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계된 가상화폐 피해 관련 신고는 전체 사례의 28%를 차지했다. 
 

▲ 가상화폐 범죄 신고 피해 유형(사진=웁살라시큐리티)
▲ 가상화폐 범죄 신고 피해 유형(사진=웁살라시큐리티)

‘가상화폐 지갑 개인 키 유출’과 ‘다단계 투자 사기’ 및 ‘거래소 계정 해킹’ 관련 사항은 순서대로 ‘이메일,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따르며 각각 10% 이상의 신고 피해 분포를 나타냈다. 
피해 사례에는 ‘코인공개(ICO)’와 ‘채굴’ 투자 사기 내역도 존재했다. ‘코인공개’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증권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으로 통용된다. 가장 많이 피해가 신고된 지역은 36%의 서울이었다. 경기도는 21%로 서울을 뒤쫓았다. 
수도권에서 발생한 가상화폐 피해 신고 사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전라북도는 전국에서 피해 신고가 가장 적게 취합된 지역이었다. 전라북도에서 집계된 가상화폐 피해 신고 사례는 1%였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피해와 관련해 신고를 가장 많이 접수한 연령층은 30대였다. 전체 사례에서 30대 인구의 신고 비율은 41%에 달했다. 40대, 20대, 50대, 60대, 70대 이상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는 순서대로 30대의 뒤를 이었다.
 

▲ 가상화폐 범죄 신고 피해자 연령대(사진=웁살라시큐리티)
▲ 가상화폐 범죄 신고 피해자 연령대(사진=웁살라시큐리티)

40대와 20대 시장 참여자의 가상화폐 피해 신고 비율은 각각 23%와 20%였다. 종합해 봤을 때 20대부터 40대까지의 인구가 신고한 가상화폐 피해 비율은 전체 사례의 84%를 구성했다. 
이더리움은 가상화폐 피해가 가장 많이 일어난 자산이었다. 조사기간 동안 이더리움 관련 피해 금액은 약 2,129억 원이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호환 가상화폐인 이알씨(ERC)-20 토큰 관련 피해액은 1,230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에 이름을 올린 비트코인 관련 피해액은 631억 원이었다. 
트론, 리플, 이오스는 순서대로 비트코인의 뒤를 쫓았다. 세 자산을 통해 생긴 가상화폐 피해 규모는 각각 56억 4천만 원, 32억 1천만 원, 31억 8천만 원이었다. 
 

▲ 이오스, 트론, 리플, 이더리움, 비트코인, 이알씨20순(제공=웁살라시큐리티)
▲ 이오스, 트론, 리플, 이더리움, 비트코인, 이알씨20순(제공=웁살라시큐리티)

박정섭 웁살라시큐리티 수석연구원은 “지난 2021년에는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등을 통한 피싱사고가 가장 많았으나 2022년에는 친분을 이용하는 ‘로맨스 스캠’ 사기가 30%로 가장 활발했다”라며 “최근의 ‘로맨스 스캠’ 사기는 기존의 특정 코인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과는 달리 채굴사이트 가입을 통한 수익을 미끼로 한 수법으로 변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대책 ‘강구’ 고심
최근 수년간 가상화폐 관련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정부 기관의 해결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8일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가상화폐 피해금을 쉽게 현금화하지 못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가상화폐로 전환되더라도 거래소를 통해 범인의 계정을 정지하고 구제 절차를 진행할 거라는 게 금융위원회의 관점이다. 금융위원회의 가상화폐 관련 피해자 구제 절차는 금융감독원과의 공조를 통해 이뤄진다. 
 

경찰청은 지난 2월 8일 ‘2022년 민생침해 금융범죄 단속 성과’ 보고서를 통해 총 626건의 가상화폐 등 유사 수신 및 불법 다단계 범죄 검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626건의 검거를 통해 59명이 구속됐으며 2,093명은 불구속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22년 10대 무역경제 범죄 사건 및 23년 조사단속 추진방향 발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6조 3,346억 원의 가상화폐 환치기 무역경제 범죄를 적발했다고 알렸다. 가상화폐 환치기 등 외환사건이 전체 무역 경제 범죄에서 차지한 비율은 77.25%에 달했다. 
관세청은 지난 2월 2일 ‘마약 밀수 단속 종합 대책 및 22년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을 통해 가상화폐 및 지하웹 악용 거래 단속을 위한 ‘온라인 모니터링 임시조직(T/F)’ 운영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 경찰청은 가상자산 추적을 위해 지난해 전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사진=경찰청)
▲ 경찰청은 가상자산 추적을 위해 지난해 전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사진=경찰청)

법무부의 경우 ‘2023년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상반기 중 가상화폐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이용한 자금세탁 추적 및 범죄수익 환수 강화를 위해 추적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추적 시스템 외에도 독자적 추적‧분석 시스템을 올 하반기까지 개발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가상화폐 추적 시스템을 통해서는 거래 내역 확인(모니터링)과 거래 간 연관관계 정보 추출 및 송금 전후 자금 출처를 확인할 방침이다.
국세청과 외교부도 가상화폐 관련 범죄 단속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중이다. 
국세청은 ‘2023년 국세행정 운영방안 및 역점 추진과제 발표’를 통해 가상화폐 추적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기반 신종 산업과 가상화폐 관련 새로운 탈루유형을 발굴하고 강화하겠다는 게 국세청의 각오다. 
 

▲ 국세청(사진=WIKIPEDIA)
▲ 국세청(사진=WIKIPEDIA)

국세청은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역동적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자본거래와 국제거래를 이용한 변칙적이고 지능적 탈세에 엄정 대응하겠다”라며 “온라인 기반 신종 산업과 가상자산 관련 새로운 탈루유형을 발굴하고 추적 프로그램 고도화 등을 통한 대응 방법을 보강하겠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은 지난 2월 2일 북한 관련 국제사회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 및 경각심 제고를 위한 노력 요건 중 하나로 가상화폐를 지목했다.

근본적인 해법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급
가상화폐 관련 범죄 및 피해 사례가 고도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속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KCMI)의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현장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업계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토대로 제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불공정거래 측면에 있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를 특정 자산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없다는 점에서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 등이 쉽지 않다는 견해였다. 
 

▲ 업계는 두 법률안을 토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사진=의안정보시스템)
▲ 업계는 두 법률안을 토대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사진=의안정보시스템)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일반 사기 혐의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조항을 사용하는 데 그마저도 증권성과 인과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애로사항이 생긴다는 시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상품거래법에 기반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를 ‘투자성 있는 상품’으로 본다”라며 “‘투자성 있는 상품’으로 본다는 점에서 현지 규제 당국은 가상화폐에 증권법과 준하는 불공정거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규제 공백은 처벌 가능성과 관련해 다뤄지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상화폐 생태계의 경우 시장 악용자의 기대이익에 비해 처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사진=경향게임스)
▲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사진=경향게임스)

블록체인 정보 분석 플랫폼인 쟁글(Xangle)의 운영사인 크로스앵글(CrossAngle)의 이현우 공동대표는 향후 가상화폐 법제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할 내용으로 ‘공시 관련 의무’를 지목하기도 했다. 
비트코인과 같이 완전히 탈중앙화된 가상화폐가 아니라면 유통량 및 보관(락업) 해제 일정, 발행사(재단) 자금 사용 내역 등이 명확히 공시될 의무가 필요하다는 게 이 공동대표의 관점이다. 
이 공동대표는 “공시는 올바른 시장 조성을 위한 주요 필요조건 중 하나다”라며 “가상화폐가 기존 증권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만큼 디지털자산이 가지는 차이점과 특징을 포괄하는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서술했다. 
그는 가상화폐만이 가진 잠재력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한 적합성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 쟁글
▲ 쟁글

윤석열 대통령 당선 공약으로 나왔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각부 부처의 자발적인 노력과 국내 투자자에 막심한 금전적 피해를 입힌 ‘테라/루나’ 사태 및 ‘에프티엑스(FTX)’ 거래소 붕괴에도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건강한 가상화폐 생태계 조성과 올바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가 언제쯤 첫 삽을 뜰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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