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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체이널리시스 청이 옹 아태지역 정책 총괄] “시장 회복력, 가상화폐 시장 다음 스텝을 위한 필수 과제”

가상화폐 시장 관련 국제적 추세 ‘투자자 보호’ 체계 구축 … 산업 내 범죄 예방 위해 사법기관의 적극적 조사·참여 필수

  • 유동길 기자 ydg@khplus.kr
  • 입력 2023.04.21 14:13
  • 수정 2023.04.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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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 정책팀은 가상화폐 관련 민간 및 공공부문 모두와 협업을 진행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 총괄은 각국 정부에 디지털자산 이해 증진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민간과의 협업을 통한 규제 분석과 비즈니스 모델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청이 옹(Chengyi Ong) 아태지역 정책 총괄의 본인 소개다. 올해 초 체이널리시스에 합류한 그는 싱가포르통화청(MAS)의 공공정책 부문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잔뼈 굵은 전문가다. 싱가포르통화청에서 그는 금융 규제와 개발 및 중앙은행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이해도와 전문지식을 키운 경험이 있다.
청이 옹 총괄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통화청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중화권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력과 위험을 인지 중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중국 본토의 경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출시 등의 이유로 가상화폐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과 ‘회복력’은 청이 옹 총괄이 선정한 가상화폐 시장의 다음 규제 방향과 주안점이었다. 청이 옹 총괄은 ‘디파이(DeFi)’라는 명칭의 블록체인 금융의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방향으로 규제가 만들어질 거라고 분석했다. 그가 언급한 ‘회복력’은 자금세탁 대응책, 사업 건정성, 생태계 공시 등을 포함했다.
 

▲ 체이널리시스
▲ 체이널리시스

청이 옹 총괄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 내 주의해야 할 범죄 유형으로 ‘돼지도살(Pig Butchering) 스캠’을 조명하기도 했다. ‘돼지도살 스캠’의 경우 친분과 투자 사기가 합쳐진 범죄로 정의됐다. 그는 가상화폐 범죄를 막기 위해선 피해자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법기관의 단속이 무엇보다 강력한 해결책이라고 얘기했다.

중화권 가상화폐 규제, 중국 외 나머지는 ‘긍정적’
청이 옹 총괄은 아태지역 중에서도 중화권 내 가상화폐 규제는 국가마다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크게 봤을 때 홍콩과 싱가포르가 유사하며 중국은 상반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현지 발행과 함께 가상화폐 규제가 심화됐다고 짚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며 시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이 발행된 바 있습니다.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 두 국가는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위험성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모양새입니다.”
그는 중화권의 세 국가 중에서도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월 스테이블코인 규제 협의안을 내놓으며 감독 방법을 구체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또는 특정자산의 가치를 일대일로 충족하는 가상화폐다. 자산의 유동성과 신뢰도 및 상환 가능 여부는 청이 옹 총괄이 꼽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준비요건이었다.
 

▲ 청이 옹(Chengyi Ong) 체이널리시스 아태지역 정책 총괄(사진=경향게임스)
▲ 청이 옹(Chengyi Ong) 체이널리시스 아태지역 정책 총괄(사진=경향게임스)

“싱가포르 스테이블코인 규제 협의안은 단일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단일 법정화폐에 스테이블코인이 연동될 경우 더 많은 결제 및 청산 등의 사용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일정 유통 가치를 초과할 경우 현금 등가물과 단기 국가 채권으로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체이널리시스의 정책팀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는 다음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 화두로 지목되기도 했다. ‘디파이’의 경우 프로토콜 운영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 당국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는 분석이었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디파이’ 관련 위험성이 공개됐으며 국가마다 접근법 역시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 다음 주안점으로 지목된 산업 ‘회복력’
‘회복력’은 청이 옹 총괄이 바라본 가상화폐 시장 내 다음 주안점이었다. ‘회복력’이 ‘혁신’과 ‘탈중앙화’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 내 화두가 될 것이란 견해였다. 그는 ‘회복력’의 개념을 ‘불법 금융 행위로부터의 회복력’과 ‘사이버 회복력’ 및 ‘프로덕트(상품) 회복력’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회복력’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불법 금융 행위로부터의 회복력’은 자금 세탁, 제재 회피, 스캠(투자금 먹튀) 등에 대비됩니다. ‘사이버 회복력’은 블록체인 기업의 사업 건정성 또는 잠재 위험에 대한 대응 능력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덕트 회복력’은 생태계 사업에 대한 공시를 의미합니다. ‘프로덕트 회복력’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봐야 할 요소이기도 합니다.”
 

▲ 가상화폐 시장 내 관련 스캠’ 피해액 변화추이(단위: 미화 십억 달러)(사진=체이널리시스)
▲ 가상화폐 시장 내 관련 스캠’ 피해액 변화추이(단위: 미화 십억 달러)(사진=체이널리시스)

청이 옹 총괄은 ‘불법 금융 행위로부터의 회복력’의 경우 기술과 도구를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이버 회복력’과 관련해 강조한 사항은 블록체인 기업의 이해 상충 문제 발생 가능성이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이 커짐에 따라 위험성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회복력’ 확보는 모든 시장 참여자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피력했다.
“체이널리시스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관련 범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59억 달러(한화 약 7조 7,113억 원) 규모의 스캠입니다. 스캠의 경우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범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이해한다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범죄에 있어 대중 인식 제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법 집행 기관의 시장 참여 의지였다. 청이 옹 총괄은 가상화폐 관련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사법기관과 집행관의 교육 훈련 이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이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교육 훈련과 도구를 갖출 경우, 불법 자금 경로를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거란 언급이었다. 

시장 외부적 위험 요소는 ‘전통 금융산업 위기“
청이 옹 총괄은 가상화폐 시장의 외부적 위험 요소로 전통 금융산업의 위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발생한 ‘실버게이트(Silvergate)’·‘실리콘밸리뱅크(SVB)’·‘시그너처뱅크(Signature Bank)’ 파산사태 교훈은 전통 금융권 위기가 가상화폐 시장에도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뱅크’에 준비금을 보관했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은 청이 옹 총괄이 소개한 주요 예시기도 했다.
 

▲ ‘서클(Circle)’이 발행한 ‘유에스디코인(USDC)’ 스테이블코인 
▲ ‘서클(Circle)’이 발행한 ‘유에스디코인(USDC)’ 스테이블코인 

“전통 금융권의 위험은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한 자금 조달 난항에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가상화폐 산업이 세 곳의 은행 사태로 부터 배울 수 있던 것은 위험 ‘전이’였습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거시 금융의 환경적 요인이 가상화폐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결과는 지난 몇 년 간의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통 금융과 가상화폐 시장의 위험 ‘전이’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두 산업 간의 통합 시도도 늘어나는 중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다만, 기술적 측면에서의 해결과제를 풀어야 두 산업의 연결이 매끄러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운영 개념’과 ‘중개인의 유무’는 인터뷰에서 거론된 전통 금융과 가상화폐 시장의 해결과제였다.
“전통 은행의 경우 개인 비밀 원장을 사용하고 가상화폐 산업은 공개 원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운영 개념’이 다릅니다. ‘중개인의 유무’ 측면에서는 기존 금융 서비스는 중개인이 있지만, 가상화폐 산업은 중개인이 없다는 차이점을 갖습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기존 금융기관들이 가상화폐 시장 참여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금융기관이 가상화폐 시장 지속적 참여는 투자보다 기술을 통한 효율적 서비스 제공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정부의 경우 지난해 ‘가디언(Gardian)’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디파이’와 자산 토큰화 사용 사례와 안정성 및 건전성 확보 방안 조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 싱가포르통화청
▲ 싱가포르통화청

‘유동성’ 확보, 토큰증권 시장 필수 성공조건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 증권형 디지털자산인 ‘토큰증권(STO)’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토큰증권’은 증권성 있는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을 의미한다. 청이 옹 총괄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토큰증권’을 도입한 싱가포르 통화청에서의 근무 경험을 앞세워 국내 정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최우선 필요조건으로 ‘유동성’을 제언했다.
“‘토큰증권’ 발행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이 2차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으로의 ‘토큰증권’ 거래가 연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명확한 규제 정립도 필수 해결과제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토큰증권’의 법적 지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청이 옹 총괄은 기존 증권시장은 결제와 청산이 며칠씩 걸렸으며 비용 역시 많이 들었다는 점에서 매끄러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토큰증권’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우 ‘마켓 노드’라는 이름의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싱가포르의 ‘마켓 노드’는 ‘토큰증권’ 발행 전부터 투자자들에게 요청을 받아 장부를 구축하고 마케팅도 진행하며 행정 절차 이행을 통한 개발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토큰증권’의 특징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적극적인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큰증권’과 관련한 그의 답변에서 눈길을 끄는 사항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거래였다. 청이 옹 총괄은 ‘토큰증권’ 거래와 관련해 스테이블코인의 효율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털어놨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만이 ‘토큰증권’의 결제수단이 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었다.

시장 내 국제적 추세는 ‘투자자 보호’ 방책 마련
마지막으로 청이 옹 총괄은 가상화폐 관련 국제적 추세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틀 마련을 뽑았다. 상당수의 정부기관이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답변이었다. 그는 국내에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홍콩,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다수의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가상화폐 서비스에 대한 규제 틀을 마련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안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입법 추진은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연결될 것입니다.”
 

▲ 유럽연합은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현지 가상화폐 규제안 ‘미카(MiCA)’를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사진=유럽의회)
▲ 유럽연합은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현지 가상화폐 규제안 ‘미카(MiCA)’를 표결 끝에 통과시켰다(사진=유럽의회)

‘로맨스 스캠’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 내 가장 주의해야 할 범죄 유형으로 파악됐다. 일인당 피해액이 가장 높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로맨스 스캠’은 피해자와 감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빌미로 가상화폐를 요구하는 방법이다. 청이 옹 총괄은 가상화폐 약세장 속 일반 사기 범죄 수익률이 줄어들며 ‘로맨스 스캠’이 성장했다고 부언했다.
“지난해 가상화폐 범죄와 관련해 흥미로웠던 점은 가해자 수익이 시장 약세장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잠적하거나 파산하는 범죄인 ‘스캠’은 가장 일반적인 유형이었으나, 하락장 속 쇠퇴했습니다. 약세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사기는 설득력이 없다는 이유에 기반했습니다. 반면, ‘로맨스 스캠’은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는 ‘로맨스 스캠’과 일반 스캠 범죄가 합쳐진 ‘돼지도살 스캠’ 유형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만연하기 시작한 ‘돼지도살 스캠’의 피해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는 특징이 있다. ‘돼지도살 스캠’은 피해자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가짜 사이트에 전 재산을 투자하게 만들거나 대출을 받도록 설득해 거액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확인됐다. 
 

▲ 청이 옹(Chengyi Ong) 체이널리시스 아태지역 정책 총괄(사진=경향게임스)
▲ 청이 옹(Chengyi Ong) 체이널리시스 아태지역 정책 총괄(사진=경향게임스)

청이 옹 총괄은 피해자들이 사전에 가상화폐 범죄를 인식하고 예방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조사와 수사를 통한 해결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역설했다. 체이널리시스가 가상화폐 산업 내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가운데 청이 옹 총괄의 향후 아태지역 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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