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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IA 서범강 회장 구글 갑질 향한 일침 “‘상생의 길’ 열어야”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5.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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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아무것도 없던 땅에 이주민을 받았다. 함께 상생하자며 자유롭게 오픈 마켓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문화 콘텐츠가 몰려들어 땅을 일구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다. 글로벌 시장 종주국이자, 시장 점유율 1위 웹툰 산업을 필두로 웹소설, OTT 등이 차례로 입점하면서 텅 빈 땅에 문화콘텐츠가 들어선다. 머지않아 양질의 콘텐츠가 발굴되면서 산업은 활황을 맞았다. 구글의 플랫폼 또한 급성장하면서 수혜를 누린다. 소위 ‘땅값’이 크게 뛴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플랫폼 주인이던 구글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사 인앱 결제 수단을 사용하라고 강요한다. 해당 결제 수단 수수료는 30%에 달한다. 일반적인 인터넷 결제 수수료는 5%에서 10%에 불과한데 구글의 수수료는 이보다 2~3배 이상 비싸다. 즉 하루아침에 전체 매출 중 20% 이상을 추가로 더 내라는 소리다. 기업은 당황스럽다. 국가도 이 조치가 비상식적임을 알았다. 이에 지난해 3월 15일 정부는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을 선언한다.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공표된다.

구글은 이에 맞서 꼼수를 가동한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자체 결제 수단은 반드시 집어넣되, 소위 ‘인 앱 결제’를 별도 지원해 외부 결제 수단을 받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외부 결제 수단 역시 수수료가 26%에 달한다. 결제 대행 수수료(10~12%)까지 더해지면, 구글 결제 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한다. 여기에 구글은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외부 결제 수단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발표라고 업계인들은 성토한다.

파장은 거셌다. 일부 대형 플랫폼들은 자체 수수료를 올리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를 준비한다. 콘텐츠 제작사들은 하루아침에 전체 매출에 악영향이 올 것으로 보여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당장 새로운 수수료로 인해 계약을 새로 맺어야 했고, 출판사나 작가들이 이 영향권 아래에 신음해야 했다. 유저들 역시 높아진 구독 비용에 신음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이 현상들이 피부로 와닿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대책은 없을까.

사진=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협회회장
사진=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협회회장

이 정책이 나오기 전부터 위험성을 경고하고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 있다. 한국웹툰산업협회(KWIA) 서범강 회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정부와 국회의원, 언론들을 찾아다니면서 목소리를 내고 이를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형국이다. 그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발표 이후 근황이 궁금하다

A. 하루에도 20~30통씩 전화를 받고 있다. 저희가 초반부터 능동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많은 곳에서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6월 1일부터는 더 많은 곳에서 전화가 올 것 같다. 창작자 여러분들이나 산업계 종사자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정부, 언론 등 다양한 곳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Q. 많은 곳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구글은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파장이 더 거세지 않나

A. 지금까지보다 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다. 가장 크게 걱정되는 분들은 창작자 여러분들이 창작에 신경 써야 할 노력을 다른 곳에 쏟으면서 작품 활동에 영향을 받게 되는 환경이 가장 크게 우려스럽다. 이분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감성적인 분들이어서 뭔가에 영향을 받으면 작업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도 오게 된다. 이것만큼은 막고 싶어 (나 또한) 고민이 깊다.

출판사나 퍼블리셔들은 당장 작가 여러분들과 재계약을 해야 하고 외부 요인들을 알려야 하니 시름이 크다. 그 외에 기업 운영 문제도 고민해야 하니 시름이 클 것이다.

또 큰 부분은 소비자 여러분들을 향한 피해다. 가격이 오르다 보니 구독 의지가 떨어지는 현상이 걱정된다. 저희가 개인 욕심으로 인해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 부분들이 있다.

 

Q.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비용이 오르면 구독자들이 유료 구독을 포기하기도 하고, 소위 ‘어둠의 경로’로 전환하는 상황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A. 실제로 그렇다. 작가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또 개인 편의를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에서 많은 분들이 구독하신다. 다만 그 가격이 올라가서 심리적 저지선을 돌파하게 되면 좋은 이유에서 구독했던 분들도 등을 돌릴 수 있고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실 지금도 구글에서 검색만 해보면 불법 사이트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거리만 더 늘어나는 듯하다.

 

Q. 다른 시각에서 보면 웹툰 산업이 굉장히 성장했다. 게임으로, OTT 드라마로, OSMU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활황일 작업이다. 성장통인 것은 아닌가

A. 성장통이라면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더 많다. 구글은 수수료 증가 외에 다른 어떤 정책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수료를 기반으로 재투자를 해서 프로모션을 통해서 더 많은 구독자들을 유치한다거나, 새로운 작품에 투자해 보다 뛰어난 작품들 만든다거나, 독자 여러분들에게 뭔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거나 하는 등등 생태계에 대한 논의는 없고 오직 ‘수수료’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성장을 위한 단계’라기보다는 강제성을 띠는 행동으로 보이며 많은 분들이 이에 분개하는 추세다. 단순히 저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작업하시는 분들, 기업가 여러분들 등 많은 분들이 이에 반발한다.

 

Q.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가. 이미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A. 오해다. 정부 쪽 분들이나 국회의원분들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되는 것만 봐도 노력은 많이 하셨다. 다만 일이라는 게 벌려 놓고 수습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좋은 취지고 방향성 확실하니 책임을 완수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방통위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주시는 듯하다. 다만 정부 쪽에서는 계속해서 ‘피해 사례’에 집중해 피해가 나오면 대응하겠다고만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이미 다 예고된 부분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냈고 우리가 원한 것은 ‘예방’이었는데 사후 대응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지 않은가.

 

Q. 당장 6월 1일부터 시행이 되는 문제니 피해가 없을 수는 없는 듯하다.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가

A.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창작자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얼마나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겠는가. 수수료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소비가 위축되면 점점 더 마이너스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마이너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작품보다는 당장 대중적이고 많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작품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험적 작품이나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은 뒷전으로 미루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작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작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에 저하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는 부분도 나올 것이다. 이미 전 세계 시장에서 웹툰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우리는 그 종주국이자 시장 1위로 작품성이나 시장적인 면에서 우리가 굉장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격을 입기 시작하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부분들이 우려될 수 있다.

 

Q. 웹툰과 같은 콘텐츠를 비하하고자 하는 뜻은 없다. 일본의 경우에는 만화산업이 성장하면서 이것이 애니메이션으로 연결되고 서브컬처가 형성되면서 문화 르네상스를 맞이하니 않았는가. 우리도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이 등장하면서 K-컬처가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상황이고 그 젖줄은 웹툰이라고 본다. 정부 역시 이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인데 아이러니하다

A.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정부도 분명히 노력을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정부의 방향과 구글의 방향이 일치하는지를 묻고 싶다. 구글 역시 사업자로서 자사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이것을 독점적인 지위에서 강제하는 부분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다.

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구글이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해당 수수료가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혹은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언급하고 설득해야 할 부분이 없다. 오직 강행하면 따라야 하는 방식을 택한다.

자율 경쟁 체제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서로 경쟁해야 한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런 과정이 배제된다면 이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횡포 아닌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결제수단을 자율화하고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에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Q. 그렇다면 정부와 구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을 시작으로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는 것이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당연한 부분이고, 다시 구글과 같은 우월한 독점적 지위의 대상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서 휘젓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다시 영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2차, 3차 파장이 계속되고, 산업을 통째로 쥐고 흔든다면 뿌리가 뽑히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나서서 함께 도움이 되고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구글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압박으로 자사의 이익 행동에 치중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큰 기업이라면, 조금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 산업과 깊고 폭넓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통을 이어나가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큰 이익을 함께 도모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구글의 생태계 기반들을 온전히 자신들만의 공으로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안에서 함께 동지의식을 갖고 믿고 따라준 이들과 함께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정할 건 인정해 주고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서 준다면 우리도 구글과 함께 방법들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 있다.

 

Q. 고된 과정이 될 듯하다

A. 개인적으로는 이런 위급하고 시급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나보다 더 뛰어는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나서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그렇다고 이 무게를, 고통을 아는데 누군가에 전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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