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법집행협력청(Europol, 이하 유로폴)이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치안청(BKA) 및 미국 수사당국의 공조를 통해 가상화폐 믹서 플랫폼인 ‘칩믹서(ChipMixer)’를 단속하고 비트코인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믹서는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세탁하는 기술이다. 유로폴이 ‘칩믹서’ 단속을 통해 압수한 비트코인은 총 55개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외에는 믹서에 사용되는 가상화폐 혼합 서비스 데이터와 서버가 각각 7테라바이트(TB)와 1909.4개씩 단속 당국에 제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로폴은 “‘칩믹서’는 지난 2017년 중반에 설립된 무면허 가상화폐 믹서로 클리어웹과 다크웹 모두에서 접근이 가능했다”라며 “조사결과 ‘칩믹서’는 다크웹마켓, 랜섬웨어 그룹, 불법물품 밀매, 아동 성착취물 조달, 빼돌린 암호화폐 자산 등에 묶여 있는 비트코인 15만 2천 개를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단속 당국은 ‘칩믹서’가 ‘제플린(Zeppelin)’, ‘선스크립트(SunCrypt)’, ‘맘바(Mamba)’, ‘디하드라(Dharma)’, ‘록비트(Lockbit)’ 등 다수의 랜섬웨어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가상화폐를 세탁하는데 사용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단속에는 유로폴, 독일 연방치안청, 미국 외에도 스위스의 취리히 주 경찰, 폴란드 중앙 사이버 범죄국(Poland’s Central Cybercrime Bureau), 벨기에 연방경찰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유로폴은 지난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파산 이후 도난당한 가상화폐 자산 중 일부가 ‘칩믹스’를 통해 세탁됐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이름은 성명서에서 직접 거론되지 않다. 그러나 미국 당국도 ‘칩믹서’ 단속에 참여했다는 정황상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파산한 ‘에프티엑스(FTX)’가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거래소로 유력해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에프티엑스’가 채권단에 보낸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 해킹 소식을 공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 이후 ‘에프티엑스’에서 4억 1,500만 달러(한화 약 5,105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도난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4억 1,500만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해킹은 에프티엑스 본사와 미국 법인을 통해 발생했다. 거래소 본사인 ‘에프티엑스글로벌(FTX Global)’과 미국법인인 ‘에프티엑스유에스(FTX US)’에서 해킹 당한 자금 규모는 각각 3억 2,300만 달러(한화 약 3,973억 원)와 9천만 달러(한화 약 1,107억 원)로 파악됐다. 에프티엑스 내 해킹은 거래소의 파산 신청 직후 일어났다.
에프티엑스 해킹범은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탈취한 이더리움을 비트코인으로 교환했다. 당시 에프티엑스 해킹범이 비트코인으로 교환한 이더리움 개수는 블록체인 데이터상 약 5만 2,447개로 확인됐다.
해킹범은 이더리움을 ‘렌비트코인(Ren BTC)’과 ‘랩트비트코인(WBTC)’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렌비트코인’과 ‘랩트비트코인’은 이더리움에서 비트코인의 토큰화를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비트코인은 3월 17일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에서 전일대비 2.10% 상승한 3,328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