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2월 21일(현지시간)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3년 가을 디지털유로의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유로는 유럽중앙은행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다.

자체 보고서에서 유럽중앙은행은 오는 2023년 가을 디지털유로 조사 단계의 결과를 검토하고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실험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지에 대한 여부를 정하겠다고 전했다.
디지털유로의 발행 결정은 보고서가 지정한 시기 전까지 내려지지 않을 것이란 게 유럽중앙은행의 입장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조사 단계에 걸쳐 유럽위원회(EC)와 유럽의회(EP)를 비롯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과 디지털유로의 사용자 요구 충족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이다”라며 “오는 2023년 하반기 디지털유로 설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이 유럽중앙은행 의사결정 기관에 승인을 위해 제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유로 조사 단계는 현지에서 개발된 백엔드 시스템이 프론트엔드 시제품과 얼마나 잘 통합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프론트엔트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시스템) 부분 개발과 관련이 있으며, 백엔드는 데이터베이스(DB) 및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와 연관이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오는 2023년 발행 여부 결정 이전까지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유로 결제, 통화 교차 지불, 보상 모델 평가 등에 대해서도 들여볼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중앙은행은 “감독 중개자를 통해 디지털유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디지털유로를 보유하는 것은 오늘날 지폐와 마찬가지로 대차대조표에 기록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디지털유로는 사용자 정보 처리에 대한 규제 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설계될 것으로 확인됐다. 감독기관이 개별 최종 디지털유로 사용자가 보유한 자산과 지불 패턴을 추적할 수 없을 거란 게 유럽중앙은행의 설명이었다.

반면 지난달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디지털 유로 콘퍼런스’에서는 디지털유로에 대한 거래 및 보유 한도 금액이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유럽중앙은행 집행위원은 지난 11월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디지털 유로 콘퍼런스’를 통해 현지 디지털화폐가 거래 한도 및 보관 상한 금액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디지털 유로’의 보관 및 거래 한도는 각각 3,000유로(한화 약 419만 원)와 1천 회였다. 거래의 경우 금액이 아닌 횟수로 구분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의 ‘디지털 유로’는 어디까지나 소매 결제를 위한 추가적인 수단이며, 현금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게 파비오 파네타 집행위원의 설명이었다.

한편 파비오 파네타 집행위원은 지난 6월 15일(현지시간)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연설을 통해 ‘디지털 유로’의 총 예상 발행량을 1조 유로(한화 약 1,353조 원)에서 1조 5천억 유로(한화 약 2,030조 원) 사이 규모로 시사하기도 했다.
일정 금액 규모를 지정해 ‘디지털 유로’를 발행하는 것이 금융 시스템과 통화 정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 당시 파비오 파네타 집행위원의 견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