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시장의 약세가 비트코인 채굴(생산)업체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기업들의 명운이 갈리는 현상이 관측돼 눈길을 끈다.

미국 텍사스주 기반의 대형 가상화폐 채굴업체인 코어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은 지난 12월 21일(현지시간) 현지 법원에 챕터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 파산 보호는 법원의 감독 아래 구조조정을 실시해 회생을 시도하는 절차다.
현재 코어사이언티픽의 부채와 자산은 각각 13억 3천만 달러(한화 약 1조 7,050억 원)와 14억 달러(한화 약 1조 7,948억 원)로 알려졌다. 코어사이언티픽은 파산 신청 배경과 관련해 비트코인 시세의 장기적 하락으로 인해 운영 성과 저하와 유동성 감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채굴 데이터 센터 전력에 필요한 전기세 증가도 한몫을 더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회사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월별 비용 등 자본 지출 절감 등의 노력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채굴업체인 노던데이터(Northern Data)는 지난 12월 21일(현지시간) 주주서한을 통해 올해 수익금으로 2억 4백만 달러(한화 약 2,615억 원)를 예상했다. 2억 4백만 달러의 노던데이터 수익금은 지난해 대비 1.1%의 성장을 나타낸 값으로 확인됐다.
노던데이터의 지난 2021년 수익금의 경우 직전년도 대비 10배 증가한 수치로 전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도산 속 노던데이터의 선방은 부채 미보유 운영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루시 틸라이나단(Aroosh Thillainathan) 노던데이터 최고경영자는 “노던데이터는 금융 부채를 안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클라우드(가상서버) 시스템과 코로케이션(서버 연결 및 관리) 서비스를 동시에 확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자의 위기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가상화폐 시장 불황이 이어짐에 따라 지속됐다. 특히 지난 11월 말을 기준으로는 비트코인 채굴자의 판매 압력이 최근 3주에 걸쳐 400% 이상 급증했던 것으로 관측됐다.
에프티엑스(FTX) 거래소 파산 이후 또다시 찾아온 가상화폐 시장 위기에 따른 결과였다. 에프티엑스가 파산한 지난 2022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비트코인 채굴자의 판매 압력은 지난 2016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 수준이었다.
비트코인 채굴자의 판매 압력 증가 현상은 생산된 자산이 축적되지 않고 시장에 매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시세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채굴자들이 자산 보유보다는 매도를 선택한 것이다.

채굴자가 보유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파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금조달’과 ‘부채 상환’이 있다.
채굴 기업들이 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주식이나 부채를 발행함으로써 운영자금을 마련하나, 시장 폭락 속에서는 운영자금 부족의 이유로 내부 자산에 의존하며 ‘자금조달’을 위해 보유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놓는다.
‘부채 상환’은 증거금 요구(마진콜)의 영향을 받는다. 채굴업체들은 채굴 기기 및 비트코인을 담보로 부채를 안은 상황 속, 투자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증거금 요구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트코인을 시장에 매도한다.

한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는 비트코인 채굴 합법화 관련 법안이 이달 추진되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인 인테르팍스(InterFax)는 지난 12월 7일(현지시간) 현지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채굴 사업 합법화를 지지하는 가운데 생산된 가상화폐의 현지 유통을 금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의회의 경우 최근 비트코인 채굴법을 제정하기 위한 두 번째 전체 토론(독회)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코인은 12월 22일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전일대비 0.44% 하락한 2,19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