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DealBook Summit)’ 콘퍼런스 현장을 통해 에프티엑스(FTX) 거래소 파산을 가상화폐 시장 내 리먼 브라더스 사태라고 표현했다.
리먼 브라더스는 미국의 투자은행으로 지난 2008년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서 발생한 6,130억 달러(한화 약 808조 5,470억 원)로 파산했다. 당시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함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으며 주요 증시는 일제히 폭락한 바 있다.
재닛 옐런 장관은 에프티엑스 거래소 파산이 가상화폐 투자자와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힐 만큼 큰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에프티엑스 파산과 가상화폐 시장 침체가 전통 금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은행 규제 당국의 신중한 태도가 가상화폐 등 디지털자산에 대한 노출도를 줄였고 일반 금융까지의 확산을 막았다는 것이 옐런 장관의 평가였다.
옐런 장관은 “가상화폐 산업은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러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미국 감독 당국은 지속적으로 규제를 촉구했으며 에프티엑스 사태는 필요성에 대한 단적인 예시다”라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인 백악관이 지난 9월 발표한 디지털자산 규제 기반 구조에 따르면 현지 재무부는 오는 2023년 2월과 7월까지 각각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시스템(DeFi)과 대체불가토큰(NFT)를 평가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는 블록체인 생태계 평가 이외에도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국립과학재단(NSF)과 연계해 디지털자산 불법 금융의 위험성을 들여다본 것으로 파악됐다.
재무부의 블록체인 생태계 평가와 디지털자산 불법 금융의 위험성 측정은 모두 디지털자산 규제 기반구조 내 ‘불법 금융퇴치’ 항목을 토대로 시행된 사항이다.
백악관은 지난 9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정부 간 기술 전문 지식을 활용해 유관부처와의 정보 공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의 래리 서머스(Lawrence Summers) 전 장관은 에프티엑스 파산이 엔론(Enron) 사태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엔론’ 사태는 미국의 천연가스와 전력시장 내 4분의 1을 점유하던 기업이 분식회계로 회계 부정을 저지르며 발생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은 에프티엑스가 업계 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생태계 불안이 아닌 내부통제 실패로 비롯된 문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