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이하 디지털화폐) 사용실험이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홍콩, 태국, 아랍에미레트과 공동으로 디지털화폐 국제 거래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총 네 곳의 중앙은행이 합동으로 실시한 디지털화폐 국제 결제 사용실험은 2,200만 달러(한화 약 315억 3,920만 원)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23일까지 이어진 디지털화폐 국제 결제 사용 실험에는 각국의 중앙은행 외에도 중국 공상은행을 비롯한 20곳의 시중 은행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 실험 기간에는 총 160회 자금이 국경 간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스트 플랫폼은 홍콩 금융관리국과 태국 중앙은행이 지난 2019년 국제결제은행과 함께 개발한 ‘엠브릿지(Mbridge)’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은 지난 2021년 ‘엠브릿지’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의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엠브릿지’ 프로젝트 중심의 디지털화폐 사용 실험에 대해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에서 디지털화폐 사용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다”라면서도 “은행이 중개자로서 미국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거래를 해결할 수 있다면 국제 금융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디지털화폐 사용 방법을 넓혀가며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9월 20일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사용 시험 지역을 광둥성을 포함한 네 곳의 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화폐 사용 실험 지역으로 신규 추가된 세 곳은 장수성, 허베이성, 쓰촨성이다.
현재 광둥성을 비롯한 세 곳의 성에서는 부분적으로 디지털화폐 사용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나, 인민은행은 이번 발표를 통해 전체 지역으로 범위를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러시아 금융당국은 중국과의 상호 합의를 통해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디지털화폐 사용 상호합의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지배(헤게모니)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화폐 확장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서방 국가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상원의회에서는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의 규제를 목표로 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되기도 했다. 호주 내 중국 디지털화폐 규제안은 자산 관리자(퍼실리에이터)에 대한 투명성 요구 사항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과 5월에 걸쳐 중국 디지털화폐에 대한 특정 정부기관의 조사와 보고를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과 현지 앱스토어 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 2월 중국의 디지털화폐가 국가간 결제와 지불시스템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지만, 달러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 가치 기준에서 경쟁력을 가질 거라고 피력했다.
당시 그는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달러 기반의 디지털화폐는 미국 통화의 힘과 안정성을 통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며 “여러 개의 주요 외화가 디지털화폐로 발행될 미래의 전 세계 결제 시스템 내 달러 영향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